매일신문

[의창]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최재갑 교수(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구강내과학교실)
최재갑 교수(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구강내과학교실)

지난봄 서울에서 온 지인에게 시골 정취를 알려주고 싶어서 한우 생고기구이로 유명한 대구 인근의 어느 면 소재지를 찾은 적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고깃집이 간판은 걸려 있어도 영업을 하지 않았다. 어렵게 찾은 식당주인에게 그 사연을 물어본 즉, 그 지역에 인구가 줄고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서 고깃집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길거리가 썰렁할 정도로 통행인이 눈에 띄게 적었다. 더군다나 그날이 장날인데도 시장 통에 전을 편 상인조차 거의 없어 장날 분위기가 썰렁했다. 지방 소멸이 목전에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하루였다.

'수도권 인구집중과 지방의 공동화'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문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실체를 드러낸 지 오래됐다.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적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져 이제 사회적 갈등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니 지방 근무를 꺼리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고, 이런 이유로 대기업의 신규 투자는 고급인력 확보에 유리한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구미 유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는 결국 용인으로 가버렸다. 더 많은 대구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서 서울행 KTX를 타게 되었다. 이렇게 대구를 떠난 젊은이(20~39세)가 2018년에만 6천6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수도권중심주의자들은 아직도 수도의 발전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정부가 발표한 각 지역별 예비타당상 면제사업에 대해서도 크게 환영하는 지방 언론과는 달리, 수도권 언론들은 혹독한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1월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전공)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저출산의 원인이 바로 젊은이들의 수도권 집중이라고 하면서 '청년들의 서울 쏠림이 해소되어야 저출산 현상이 해결된다'고 하였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생존경쟁이 심하면 2세의 생산을 억제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했다.

지난 해 우리나라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서 세계 최저일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낮은 수치라고 하며, 금년부터 우리나라 인구의 실질적인 감소가 시작된다고 한다. 수도권 인구집중은 먼저 지방 소멸을 가져오지만 결국 대한민국 소멸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보면 한국은 정말 작은 나라다. 여기에 5천만 인구가 살고 있으니 생존경쟁이 치열하고 삶의 스트레스가 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전체 인구 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으니, 치솟는 주거비용과 생활비에 짓눌린 젊은이들이 오늘도 좁은 고시원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데 어찌 결혼과 출산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농촌지역의 의료 환경은 날이 갈수록 도시와 격차가 벌어진다. 아이를 낳으려고 해도 가까운 거리에 산부인과가 없어 분만을 위해서 큰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이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고, 지방에서도 일자리를 구하고, 지방에서도 아이들 잘 낳아 잘 기르고, 지방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소멸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는 길이다.

최재갑 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구강내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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