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가장 보수적인 도시에서 아이디어 팔기-1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 슈퍼 빅아이디어이다. 사진 제공: pixabay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 슈퍼 빅아이디어이다. 사진 제공: pixabay

"대구에서 광고회사 차리면 안 돼!"

광고회사 창업한다고 하니 지인들이 극구 반대했다. 왜 그럴까? 나도 창업해서 먹고살겠다는데. 심지어 왜 그런지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았다. 무조건 "안 된다"였다. 이유가 궁금했다. 사람들이 만류했던 이유를 처음 영업 나갔을 때 알게 됐다.

"세상에 아이디어 비용이 어디 있어?"

머리가 띵했다. 광고회사는 아이디어가 생명인데 그 비용이 없다니? 알고 보니 대구의 시장 상황은 이랬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매체 회사였다. 쉽게 말해 대부분이 지하철, 버스 광고판을 사두고 거기에 광고를 붙이는 수수료를 받는 회사였던 것이다. 아이디어, 카피, 디자인 비용이 공짜라고? 내가 미국에서 배워온 게 바로 그런 것들인데. 즉, 고향에서 나의 가치는 0원이었다.

하지만 광고인의 재주가 무엇인가? 시선을 바꿔보기다. 부정적이었던 나의 성장 환경을 긍정적으로 보는 연습을 나는 계속하지 않았던가. 0원짜리 인간을 가치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시선만 바뀌어도 문제는 쉽게 풀린다. '대구에 콘텐츠 시장이 없으니 내가 만들면 되겠네'라는 게 그 답이었다. 허망하리만큼 단순한 아이디어였다. (물론 그 답을 이루어가는데 엄청난 고통이 따랐지만). 어차피 망하고 잘되는 건 50 대 50의 확률이다. 잘되면 내가 선구자가 되는 게 아닌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니 대구는 오히려 블루오션이었다.

다만 감수해야 할 게 있었다. 사기꾼이라는 시선이었다.

"이봐, 젊은 양반, 다른 광고회사는 다 공짜로 만들어줘요. 그런데 아이디어 비용이라고?"

"카피 비용, 디자인 비용? 보아하니 이제 서른 살 정도 된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사기를 치고 다니나?"

사람들이 나의 아이디어를 봐주길 바랬다. 하지만 세상은 스펙에만 관심이 있었다. 사진 제공: pixabay
사람들이 나의 아이디어를 봐주길 바랬다. 하지만 세상은 스펙에만 관심이 있었다. 사진 제공: pixabay

광고주들의 반응은 항상 이랬다. 대구도 예전에는 광고 개발 비용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돈 되는 매체 시장으로 회사들이 몰리면서 경쟁을 하다 보니 콘텐츠 개발 비용이 떨어진 것이다. 매체를 팔기 위해서 광고, 즉 아이디어는 끼워 팔기식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광고주가 떠안게 된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게 있을까? 공짜로 만들어주는 광고회사들이 과연 광고주의 브랜드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할까? 그거까지도 좋다. 좋은 장소에 광고를 걸면 효과를 보기 마련이니까. 필요한 건 그것과 동시에 브랜드에 대한 고민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아무런 고민 없이 공짜로 만든 광고로 매체를 쓰고 돈만 날리는 경우가 많다.

대구의 한 병원장님과 미팅할 때의 일이다.

"난 아무나 만나주지 않아. 견적서 보니 황당해서 한번 보자고 했어."

처음 본 원장님은 시원하게 말을 놓으셨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당신 같은 사람은 그냥 공짜라도 좋으니 내 광고 한번 걸어주시라고 나한테 부탁해야 해." (다음 편에 계속)

사람이 산고를 통해 태어나듯 브랜드 역시 고통으로 탄생한다. 사진 제공:pixabay
사람이 산고를 통해 태어나듯 브랜드 역시 고통으로 탄생한다. 사진 제공:pixabay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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