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된 손자와 갓 6살 된 손녀가 아빠를 찾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집니다. 사고 이후부터 지옥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원테크노파크(강원TP) 수소폭발 사고로 가족을 떠나보낸 권세현(68) 씨는 사고 한 달이 넘도록 아들의 장례식만 치른 채 발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사고 원인조차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마 아들을 떠나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권 씨는 "원인도 알 수 없는 갑작스런 사고를 당한 아들이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정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며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 또다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호소했다.
강원TP 수소폭발 사고는 지난달 23일 오후 6시 22분쯤 강원 강릉시 대전동 과학산업단지 내 강원TP 강릉벤처공장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대구 기업인 2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강원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나서 사고원인에 대한 정밀 감식을 벌였지만, 아직 원인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공장 내에 마련해 놨던 권 씨의 아들 고(故) 권호진(38) 씨 자리에는 영정사진과 꽃만이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권 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14년 동안 함께 회사를 일궈온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레 이런 사고를 당했다"며 "사무실에 자리를 만들어 놓고 한 번 앉아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 더 가슴이 찢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사고로 아들을 잃은 또 다른 기업인 김병학(65) 씨 역시 "갑작스럽게 아들마저 떠나면서 너무 견디기가 힘들다"며 "철저한 원인규명으로 편히 아이가 눈감을 수 있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수소의 위험성에 대한 명확한 조사도 함께 이뤄져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청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애초 4차 감식으로 끝내려던 것을 지난주 7차 감식까지 추가해 조사를 벌였다"며 "대구시와 함께 피해보상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강원TP 관계자는 "정말 거듭 죄송하다. 다음 주쯤 감식 결과가 나오는 즉시 유가족들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책임 관계를 철저히 묻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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