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일상이 평등한 도시, 대구를 향하여!

이충호 대구시 여성정책팀장

이충호 대구시 여성정책팀장
이충호 대구시 여성정책팀장

성주가 고향인 필자는 5형제의 막내로 태어나 부엌에 들어가거나 빨래를 개는 등의 집안일은 여성이 하는 일이지 남자가 하기엔 무척 흉한 것이라고 배우며 자랐다. 결혼(1990년) 후에도 맞벌이를 하는 아내가 더러 가사와 육아에 도움을 요청해도 백안시(白眼視)하기 예사였다.

세월이 꽤나 흘러 지금은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청소나 설거지로 집안일을 도우려고 애쓰고 있고, 이런 소심한 노력이 노년에 대비한 현명한 처사일 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배려 있는 행동이라고 주변에서 동조와 칭찬으로 격려(?)를 해주시지만, 글쎄 아버지께서 살아계셔서 이 모습을 보셨다면 모자란 놈이라고 꾸짖으셨을까?

여전히 '출산율'이 아닌 '출생률'이, '유모차'가 아닌 '유아차'가 성 인지 감수성 관점에서 합리적인 표현이란 말에 아! 하고 탄성을 지르는 내게 이런 칭찬이 적당한 것일까?

보수적이라고 하는 대구경북에서 나고 자란 필자와 같은 남성들이 간간이 가사를 돕고 '출생률'이란 단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거나, 혹은 대구 지역의 성평등지수(3개 영역, 8개 분야, 23개 지표에 대해 남성과 여성 대비 격차 등의 수준에 대해 매년 여성가족부 발표)가 상위권에 진입(2017년 말 중상위권→2018년 말 상위권 진입)했다고 해서 갑자기 세상이 바뀌어 성평등이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대구에서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잔치가 벌어진다고 한다면, 그런 큰 변화를 위한 작지만 의미 깊은 한 걸음이며 충분한 자랑거리이자 '사건'이 아닌가?

대구시는 7월 5일부터 6일, 양일간 '2019 여성UP엑스포'를 개최한다. 여성UP엑스포는 양성평등주간(7월 1~7일)을 맞아 '일상이 평등한 도시, 대구' 실현을 위해 개최되는 전국 유일의 여성 정책 분야 종합박람회이다.

올해 4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평등해야 대구요, 행복해야 대구요"라는 슬로건을 걸고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을 시작으로, 대구시의 여성 관련 정책을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분야별 테마관과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들이 함께 얘기하고 나눌 수 있는 토론회・토크쇼・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슈퍼스타 다문화 경연, 가족원탁회의, 아빠 요리대회 등 여성과 가족, 다문화가정 등 모두가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풍성한 프로그램들이 열릴 계획으로 이미 많은 시민들의 사전 접수 열기가 뜨겁다. 올해는 여성가족부 차관의 행사 참여와 특강까지 계획되어 있어, 중앙정부에서 이 행사에 두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남성의 입장에서 이런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여러 가지 질문과 고민에 부딪치게 된다. 행사를 며칠 앞두고 문득 나는 '평등'이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내 딸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 보며 부디 이번 행사가 더 많은 여성들이 엄마로서, 자매로서, 딸로서의 모습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권리를 주장하고 얻어가는 소중한 존재의 모습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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