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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퓨처스] "전이없는 초기 전립선암, 절반은 수술 안하고 평생 갈 수도"

'적극적 감시요법' 시행 김병훈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병훈 계명대 동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병훈 계명대 동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전립선암이지만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없고 조직검사상 '저위험군'로 분류된다면 굳이 수술을 하지 않고도 환자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추가 치료 없이 지낼 수도 있습니다."

김병훈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에 대한 '적극적 감시요법 (active surveillance)'을 국내 임상현장에서 초기부터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60대 이상에서 주로 발병하는 전립선암은 대개는 진행이 아주 느려 암 판정을 받고도 추적 관찰을 하면서 평생 조치없이 암을 가지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전립선암이 발견되면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우선이었고, 적극적 감시요법은 보편적인 방식이 아니었다.

그는 "물론 주변으로 전이가 진행됐거나 공격성이 강한 암은 즉시 수술을 해야 한다. 감시요법은 고령이면서 낮은 병기(病期)의 전립선암의 경우, 병의 진행을 주기적인 검사로 면밀히 추적 관찰하면서 상태에 따라 추후에 적극적 치료를 시작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전립선암은 혈액검사인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에서 수치가 상당히 높게(3ng/㎖이상) 나오면 대개는 외과적 방법으로 전립선 조직 샘플을 떼어내 조직검사로 종양의 악성도를 판단한다.

김 교수는 "동산병원에서 전립선암 저위험군 환자를 8년동안 지켜봤을 때 수술, 방사선 항암요법 등 추가 치료를 안해도 되는 경우가 50%가량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국제 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저위험군 전립선암 환자에 대한 선제적 수술 치료보다는 환자의 삶의 질을 배려하는 것이다.

"전립선암은 보통 개인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다가 혈액 PSA검사에서 이상 수치가 나타나면 조직검사로 판정합니다. 평소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가 암이라고 하면 당혹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비뇨의학계에서는 한국 남성암 4위를 차지하는 전립선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국가암 조기검진사업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자는 위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등 5개 암에 대해 대상이 되는 반면, 남자는 위암·간암·대장암 3개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성 수명이 남성보다 긴 현재 상황에서 남성의 암 관리가 부족한 것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PSA 검사를 공단검진에 포함해 암 조기 발견으로 남성 암 사망률을 낮춰야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의 또 다른 관심 분야는 비뇨기암에 대한 로봇수술이다. 동산병원 비뇨의학과에서 로봇수술을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으며, 대구경북 최다 로봇보조 신장부분적출술과 지역 최초로 전립선비대증을 로봇수술로 적용했다.

그는 "전립선암은 로봇수술의 장점이 뚜렷한 분야다. 수술 후에 찾아오는 요실금, 발기부전과 같은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회복 또한 빠르다. 다만 로봇수술은 건강보험 비급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단점"이라고 했다.

서구권에서는 남성암 1위인 전립선암에 대해 로봇수술 시행을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도 전립선적출술, 방광·신장 부분적출술에 대한 로봇수술은 보험 적용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전립선암 조기발견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50세 이상이라도 혈액 PSA 검사를 국가암검진에 포함시켰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된다면 한국의 남성암 발생 순위가 현재보다 달라질 겁니다."

※김병훈 교수는 ▷계명대 의대 졸업(2001년) ▷계명대 동산병원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계명대 동산병원 비뇨의학과 전임강사(2010년), 조교수, 부교수 ▷일본 동경 지케이의대, 프랑스 보르도 세인트 오거스틴 클리닉 방문 연구자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방문 교수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비뇨의학과 과장 및 주임교수 (2018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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