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정은-트럼프 판문점서 한반도 평화의 길 열다

분단 대립 장소서 사실상 북미3차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에서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에서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66년 된 분단과 대립의 상징 장소가 한반도 평화로 가는 공간이 되는 데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 오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판문점에서 역사적 회동을 하고, '하노이 노딜' 이후 꺼져가던 북한 비핵화 불씨를 되살렸다.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파격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깜짝 만남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두 정상은 '판문점 번개'로 '톱다운 외교'의 길을 다시 열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마주 서서 '역사적 악수'를 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두 정상은 사실상의 북미 3차 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백악관 초청'이라는 초대형 예고편까지 내놓았다.

두 정상의 독특한 캐릭터와 '케미'(궁합)가 의전이나 경호 같은 현실적 벽을 순식간에 머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방문 하루 전에 번개를 제안했고, "만남 의향 표시에 놀랐다. 정식으로 만날 것이라는 걸 오후 늦은 시각에야 알게 됐다"(김 위원장)는 언급에서 보듯 '통큰 결정'이 역사적 만남을 이루어냈다.

이날 판문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나와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곧이어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고,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 위에서 악수를 나눈 뒤 북 측으로 잠시 월경을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군사분계선에서 수 걸음을 걸어가 기념사진을 촬영한 두 정상은 다시 악수를 하고, 함께 군사분계선 남 측으로 넘어왔다.

김 위원장은 대기하고 있던 언론 앞에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라며 "좋지 않은 과거 청산하고 좋은 앞날을 개척하는 남다른 용단"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판문점 경계석(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저희는 잠시 대화를 가질 것"이라며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굉장히 긍정적인 일들 이뤄냈다. 많은 긍정적 사건 있었고 아주 좋은 일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처음 회담 때부터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다. 그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을 미국으로 초청할 의사가 있느냐'는 기자 질문엔 "곧바로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하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현장에 나오면서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잠시 뒤 자유의집으로 이동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별도로 얼굴을 맞댔다. 그 사이 문 대통령은 별도의 장소에서 기다렸다.

오후 3시 53분에 자유의집으로 입장한 북미 정상은 3시 59분부터 대화를 시작했고, 오후 4시 4분부터 단독 회동에 들어가 48분 동안 북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 방안 등을 대화 테이블에 올렸다.

회동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하겠다"고 언급, 북미 4차회담 준비를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두 정상 뿐 아니라 또 다른 주연인 문 대통령이 함께 만든 역사적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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