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이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잡았다. 6·25전쟁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국가의 정상이 정전 66년 만에 남북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곳에서 만난 것은 그 자체로 '역사적 사건'이다. 그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이지만 양자 회담도 했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를 두고 교착 상태에 있는 북미 간 대화가 재개의 흐름을 탈 것이란 기대도 갖게 한다.

하지만 이런 의미 부여에 매몰돼 흥분하거나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과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도 북한 비핵화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내년까지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될 만큼 북한은 핵 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하루 전인 28일에는 세계를 향해 '핵 무력 완성'을 김정은의 최고 업적이라고 공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딴생각'은 하지 말라는 '선 긋기'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노딜'과 그 이후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보고를 통해 김정은이 변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판문점 '번개 회동'으로 일거에 타개될 것으로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세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문점 회동은 '보여주기식 이벤트'라는 엄한 평가를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내년 재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에서 '업적'이 필요한 트럼프와 핵 능력을 보존한 채 대북 제재 완화를 노리는 김정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된 '깜짝 쇼'라는 것이다.

판문점 회동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있어 아주 역사적인 위대한 순간"이라고 치켜세웠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과대 포장이다. 향후 북핵 문제 해결에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판문점 회동'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우리 모두 냉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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