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만을 경험하면 현 상태가 유지되거나 정체된 것을 두려워하고, 유지에 익숙해지면 감소나 하락을 실패와 파국으로 인식하게 된다. 세상만사가 다 이러하겠지만 특히 경제 분야에선 더욱 잘 적용되는 말이다. 인류는 최근 몇 세기 동안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다. 인구와 자본 모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1세기로 접어들 무렵부터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이 일부 국가에서 멈춰서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27일 '장래인구특별추계'(시도편)를 내놓았다. 시도별 장래인구추계는 5년 주기로 작성돼 2022년 공표 예정이었으나, 최근 심각한 초저출산 상황을 반영해 특별추계를 발표한 것이다. 출산율, 기대수명, 국내순이동을 중간 정도로 예측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17년 총인구는 5천136만 명에서 2028년 5천19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7년 4천891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영남권의 인구 감소폭은 더 크다. 2047년 중부권 인구는 27만 명(3.8%) 증가하는데 반해 영남권은 무려 199만 명, 즉 현재 인구 1천306만 명보다 15.2%나 줄어든다. 호남권도 감소하지만 그 폭은 51만 명(-8.9%)으로 훨씬 적다. 대구는 246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경북은 268만 명에서 238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출산율과 기대수명을 더 낮게 본, 즉 더 나쁜 시나리오로 가정한 저위 추계에 따르면 대구 인구는 200만 명 선이 무너진 188만 명에 그친다.
생산연령인구는 더 급격히 줄어든다. 30년 뒤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 전체의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지금보다 30% 넘게 감소한다.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의 경우 생산연령인구 10명 중 4명이 사라진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뿐 아니라 인구 이동까지 감안해 발생한 결과다.
우리나라 인구가 4천만 명을 넘어섰을 때만 해도 정부는 인구 폭발을 우려하면서 아이를 더 낳는 것을 무지몽매한 범죄처럼 치부했다. 그런데 5천만 명을 훌쩍 넘어 5천200만 명을 바라보는 지금에 와선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마치 저 혼자만 잘 살겠다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감소가 곧 파국이자 재앙인 것처럼 야단법석을 피우면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이들이 손가락질 받도록 만들고 있다.
극적인 반전 없이는 장래 인구 추이는 유지될 것이다.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부양 부담의 증가, 내수시장 위축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구가 줄면 위험하다고 겁만 잔뜩 줘서 해결될 문제인가. 10년 넘게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돈이 130조원이 넘지만 신생아 수는 같은 달 기준 36개월 연속 최소 기록을 경신 중이다.
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줄어든 몸집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경제정책이 나와야 하고, 생산인구 감소를 보완할 정년 연장 등의 장기 계획이 마련돼야 하며, 이에 따른 세대·계층 간 갈등을 해소할 혜안도 필요하다. 보채거나 윽박지른다고 애를 더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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