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9 매일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심사평

김주영 소설가
김주영 소설가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지난 세월을 회고할 때면 내 인생을 글로 쓰면 몇 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것이라는 말을 종종 덧붙이곤 한다. 맞는 말이다. 반세기 넘는 유장한 세월의 질곡을 헤쳐 온 삶의 여정을 어찌 필설로 다 표현해 낼 수 있으랴. 더욱이 그 어느 나라와도 달리 비교할 바가 없을 정도로 격동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변혁을 몸소 겪어낸 우리 한국의 시니어들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 백인백색이란 말에서 보듯 우리네 인생사처럼 다양하고 다채로운 양태도 달리 없다. 이처럼 다사다난하고 신산한 세상살이를 글로 표현해내는 작업은 전문작가에게 있어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평소 글을 잘 쓰지 않던 사람들에게 있어서 더욱 그러할 터이다.

이러한 어렵고 힘든 작업을 거친 끝에 응모된 원고들은 하나같이 세상살이가 빚어내는 온갖 곡절 많은 사연들을 세상의 난장(亂場)처럼 보여주고 있다.

구활 수필가
구활 수필가

가족사적인 기록을 담은 글이나 유소년기의 서정적인 기억들을 소중하게 풀어놓은 추억담이 있는가 하면 사업가로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좌충우돌 성공담이나 공직에서 일생을 봉직한 공무원의 일대기도 있다. 또한 노인의 투병기와 노동자의 경험담도 있었고 교사로서의 어려움과 자긍심을 연대기적으로 토로한 내용도 보였다. 역시나 동족상잔인 6.25전쟁과 좌우 이념에 희생당한 가족들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이런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끈, 남편과 처제 사이의 불륜을 그린 '미망'은 사건 자체의 충격보다, 피해자로서의 정신적 고통과 비탄의 슬픔을 흔히 매몰되기 쉬운 자기애적 연민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히 잘 풀어낸 수작이다. 욕정에 빠진 남편의 일탈로 인한 한 여인의 마음에 뿌려진 고뇌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를, 아울러 불행과 마주한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 마음의 지옥을 만들어 가는지를 가혹하리만치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박희섭 소설가
박희섭 소설가

아울러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월남전의 전투경험담을 기록한 '린호아의 그믐달'은 당시 파병장교로서의 기억을 간결하고 진솔하게 드러낸, 전쟁의 상흔과 아픔을 다시금 되짚어 보게 하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수상자분들께 진심어린 축하를 드린다.

심사위원=김주영(소설가)·구활(수필가)·박희섭(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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