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또다시 김정은 속셈 대변해 준 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생긴 일 중 판문점 '번개 회동'보다 우리가 더 관심 있게 지켜봤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미 간 견해차이다. 판문점 '깜짝 쇼'에 관심을 쏟느라 내외신 모두 그 심각성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영변 핵시설이 진정성 있게, 완전히 폐기된다면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의 입구"라고 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전 7개국 뉴스통신사와 서면 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이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했다. '입구'라는 말만 추가됐을 뿐 발상은 똑같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런 조치들이 진정성 있게 실행되면 그때 국제사회는 제재에 대한 완화를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영변 핵시설 폐기)은 하나의 단계이다. 중요한 단계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며 "아마 올바른 방향으로의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영변 핵시설 폐기는 환영하지만 기껏해야 북한 비핵화의 한 과정일 뿐이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을 세계 언론 앞에서 공개 반박한 것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한 대북제재 완화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써먹으려 했던 속임수다. 영변 핵시설은 노후화됐고, 영변 이외에 5개의 핵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폐기해도 핵 능력 유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결국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속셈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보도가 또 나오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문 대통령의 발상은 한마디로 김정은에게 속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느냐는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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