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떠한 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보다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한 '국악작곡가'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의 전통음악인 국악을 작곡한다는 것인데, 자신의 예술적 철학이나 사상을 국악적 소재와 편성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직업입니다. 첫 원고를 쓰면서 앞으로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하다가 저는 이 '언어'를 매개체로 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저의 '국악'을 소개하려 합니다.
얼마 전 '대화의 희열'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는 '감정의 언어화'에 대해 언급하며, 책을 통해 언어화되기 이전의 그 감정에 언어를 부여하면서 자신의 그 감정을 훨씬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음악도 감정으로 듣고 여러 공감을 얻는 것인데, 그것을 더욱 직관적으로 증폭시키며 전달하기 위해 '언어화' 된 '가사'가 있는 음악도 많이 있습니다. 모두가 잘 알고 계시는 대중가요, 오페라, 뮤지컬 등을 비롯하여 전통음악 속에도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전통음악 중 민간에서 전해오는 서민적이며 토속적인 음악인 '민속악(民俗樂)'으로 분류되어 있는 판소리, 민요, 굿 음악 등에 가사가 있으며, 그 상대적 개념으로 궁중과 선비계층에서 연주된 '정악(正樂)'에도 가곡, 가사, 시조 창(唱) 등의 성악곡인 정가(正歌)가 있습니다. 정가는 아정(雅正)하고 바른 노래라는 뜻으로 주로 사대부와 선비들이 인격수양을 위해 듣고 불려졌습니다.
그중 가곡은 실내악(세악(細樂)) 반주에 맞춰서 시조(時調)를 가사로 하여 한 글자 한 글자마다 여러 음으로 길게 풀어서 노래합니다. 대부분 16박 장단으로 되어 있는데, 음악구성은 대여음-1장-2장-3장-중여음-4장-5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대여음은 전주에 해당하고 중여음은 간주에 해당하므로 악기 연주만 하고, 1,2,3,4,5장은 노래와 악기 연주가 함께 합니다.
저는 근래에 전통음악의 여창 가곡 계면 평거 '사랑 거즛말이'를 소재로 한 위촉곡을 의뢰받아 새롭게 곡을 쓰고 있는 중인데, 이 곡의 노랫말은 조선 중기 문신 김상용(1561~1637)의 시조이며,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ᄉᆞ랑 거즛말이 님 날 ᄉᆞ랑 거즛말이
ᄭᅮᆷ에 뵌닷 말이 긔 더옥 거즛말이
날갓치 ᄌᆞᆷ 아니 오면 어늬 ᄭᅮᆷ에 뵈리오
잠도 안 올 정도로 너무 그리운데, 임은 잠 들어서 내가 꿈에 보인다고 하니 사랑한다는 말도 모두 거짓말이라 탓하며 임을 그리워하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통음악이 현대인들에게 다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속의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우리음악을 감정적으로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은 지금, 여창가곡 계면 평거 '사랑 거즛말이'를 들어보고 함께 공감해보면 어떨까요? 이정호 국악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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