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제4차 산업혁명은 신드롬처럼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 온 시대와 전혀 다른 시대가 펼쳐진다는 예고편만 해도 엄청납니다. 그러다보니 사실 기대감보다는다가올 시대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앞섭니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이라 더 그렇습니다. 대체 우리는 시대적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며 자녀를 키워야 할까요?

◆ 제4차 산업혁명도 인간이 만든다
물리학자이면서 뇌과학을 연구하는 정재승이 쓴 '열두 발자국'을 주목해 봅니다. 이 책은 뇌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흔히 인문학이라고 하면 문학, 역사, 철학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책은 과학으로 인간에 대해 말합니다. 다양한 과학 실험과 자료를 통해 우리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래서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다루고 이해해야 하는지 깨닫게 합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과 인문학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본질적 성향은 변하지 않고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인간 고유의 본성과 특징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했을 뿐입니다. 고전(古典)이 오늘날까지 꾸준히 읽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인문학은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오더라도 '인간이 만들어 가는 세상'일 뿐입니다.
◆일자리가 변화해도 인간이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어떤 세상일까요? 일자리에 한정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단순한 업무는 컴퓨터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전망입니다. 특정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긴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업무의 역할이 변화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약사가 안정적이고 수입도 좋은 직업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처방전을 기계에 넣으면 자동으로 약을 조제해서 포장까지 해주는 서비스가 가능할 것입니다. 또 증세를 말하면 적절한 약을 권해 주는 역할도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그러면 약사라는 직업은 없어지는 걸까요? 여기서부터가 인간의 영역입니다. 약사들이 약국을 지금과 다른 관점에서 정의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변화 앞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부분이 '인간이 만들어 내야 할 영역'입니다.
◆인간 고유의 고등 능력을 키우자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닮아가면서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는 지난 70년간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넣는 데 급급했습니다. 학습한 지식을 정확하게 실수 없이 뱉어내도록 기계적으로 가르치고 키워왔습니다. 인공지능이 몇 분이면 습득할만한 지식을 오랜 시간 암기하는 방식이지요.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보다는 정해진 정답이 있는 공부를 하다 보니, 실수나 오답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과 대결한다면 당연히 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고, 데이터로 환산할 수 없는 영역에 주목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고등한 영역'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인간에 대한 공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온전한 이해에서 시작합니다. 자신에 대한 철저한 이해는 인간의 욕구와 성향을 파악하게 하고 반드시 새로운 기술과 결합합니다. 지금 우리 생활 속 다양한 기계들은 그 욕구가 현실에 반영된 결과들입니다.
변화는 설레임과 기대감도 주지만, 막연한 두려움도 동반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미래를 앞둔 우리들이 그러합니다. 하지만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었습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그렇게 문명을 이끌어 왔습니다. 기술과 기계의 이면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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