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 청구금은 포스코의 마음 속 과거 빚이다. 포항의 환경오염은 포스코가 책임져야 할 미래 빚이다.
이런 이유로 포스코는 사회공헌에 더 열심이고,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도 생전에 지역을 위한 나눔, 특히 '교육'을 강조했다. 포스텍(포항공대)에 있는 고인의 동상 뒤편 글귀 '제철보국'과 나란히 자리한 '교육보국'만 봐도 그렇다.
"쇠 만드는 제철소는 100년 가기가 쉽지 않지만, 사람 만드는 학교는 100년이고 1천년이고 영원할 것"이라는 생전의 말처럼 그는 교육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주요 인사가 포항을 찾으면 포스코보다 포스코교육재단 내 학교 자랑부터 먼저 했다.
하지만 그가 영면한 지 8년이 지난 지금, 포스코교육재단 운영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다.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포스코 직원 자녀들도 많이 안다니는 학교에 왜 수백억원을 낭비하느냐"며 출연금 지원을 꺼리고 있다. 출연금은 2012년 385억원에서 매년 줄어 올해 200억원, 내년 100억원 미만, 2021년에는 '0'원이 된다.
때문에 경북도교육청에서 받는 재정결함보조금도 매년 증가해 포스코 출연금을 3대7 비율로 앞질렀다. 2021년 '포스코 출연금 0원' 시대가 되면 교육청 보조금은 더 늘 것이고, 자연스레 공립화가 될 터다.
포스코교육재단은 이에 편승해 우수 교사 유치를 위해 지급하던 특별수당을 없애고, 야구부·체조부 등의 폐지 및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자사고인 포항제철고의 일반고 전환, 인력 구조조정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출연금이 없어지면 포스코가 얼마간 돈은 아끼겠지만, 교육재단만의 자랑거리는 사라질 것이다. 포스텍이나 방사광가속기 등에 근무할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내세우던 '자녀를 위한 뛰어난 교육시스템'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
포스코교육재단이 과거 신설 인가를 신청할 당시 교육청에서 근무한 한 인사(지금은 퇴직)는 "'돈 많은 회사가 운영하는 재단이 국가 돈을 받아가면 농어촌 등 형편이 어려운 학교는 어떡하냐'고 일침을 놓은 일이 있다. 놀란 포스코는 회장 명의로 출연금을 잘 지원하겠다는 각서까지 쓰며 재단 인가를 받아냈다. 24년 전 일이다"라고 회고했다.
포스코는 올해 포스코교육재단 효율화를 위해 돈을 출연하지 않겠다고 한다. 도교육청도 예전 일이라 각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둘의 궁합이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없다. 박 명예회장의 교육 자존심과 퇴직한 도교육청 간부의 책임감 있는 교육행정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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