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해신공항 재검증 맡은 이낙연 총리, 왜 무리수를 두나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맡기로 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처신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아무리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요구가 강하다고 해도, 총리실이 이미 확정된 국가사업을 거꾸로 돌리려는데 동참하는 것은 명분과 원칙을 저버리는 일이다. 이 총리가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사정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을 벌이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달 20일 부울경 단체장들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총리실로 이관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 총리의 승낙과 양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해신공항 계속 추진' 입장을 고수한 국토부가 부울경과 이 총리, 청와대·여당의 직간접적인 압력이 없었다면 자신의 고유 업무를 총리실로 넘기는 치욕을 감수할 리 없다.

총리실은 재검증을 떠맡은 지 열흘이 지나도록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총리실이 아직 실무 차원의 검토 작업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니 당분간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것 같다. 총리실이 재검증 위원회를 꾸려 가동한다고 하지만, 백지화 의견을 도출해도 문제고 계속 추진 의견을 도출해도 문제다.

김해신공항 재검증은 정부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대구경북과 부울경을 싸움터로 내모는 '판도라의 상자'다. 대구경북이 온통 들끓고 있고 부울경은 홍보전을 맹렬하게 펼치고 있으니 4, 5년 전 첨예하게 대립하던 때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지금까지 현명하게 처신한 이 총리가 처음부터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은 것이 옳았다. 이 문제를 밀어붙이는 이들은 장막 뒤에 숨어 드러나지 않지만, 전면에서 책임져야 할 이는 이 총리다. '정치적 고려' 말고는 해결 방법이 없는 문제를 들고 있다간 치명상을 입기 십상이다. 이 총리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재검증 포기 선언을 하거나 원점으로 되돌리는 결단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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