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산업단지의 부활과 문화 융합

‘산단=생산’ 시대착오적 통념 깨자
경계 허물고 소통해야 새 기회 생겨
공연 축제 문화 흐르는 발상의 전환
창의적 인재 모여들고 신사업 꽃펴

이장우 경북대 교수
이장우 경북대 교수

지난주 대구3산업단지에서는 입주 기업들이 모여 '융합의 날' 행사를 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업체 간 개방과 소통을 위해 유익한 출발이 아닐 수 없다. 서로 다른 요소들 간 융합은 혁신과 창조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제조업의 굴기로 전통 제조업들의 경쟁력 저하는 대구의 22개 산업단지 대부분에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내일 회사 문을 닫는다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닐 정도로 한계 상황에 봉착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융합의 날'에 성공 사례를 발표한 회사는 국수 제조 80년 역사를 가진 풍국면이었다. 저가 경쟁으로 갈림길에 섰던 이 회사는 오히려 40억원이 넘는 자금을 로봇에 투자해 공장을 스마트화했다. 그 결과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냈다고 한다.

스마트 공장을 통한 위기 극복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투자수익만을 따져서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경제성만 따지면 힘들고 홀대받는 제조공장을 유지하기보다는 매각이나 은퇴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풍국면도 결국 이익 극대화를 위한 투자라기보다는 사업에 대한 꿈을 재정비하고 미래에 새롭게 도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 대표는 "인건비 상승과 치열한 가격 경쟁에도 불구하고 로봇으로 버티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 한다"고 투자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시내 중심에서 불과 4㎞ 떨어진 위치적 강점도 의사결정에 중요한 작용을 했다고 한다. 즉 우수한 인재를 구하기 쉽고 소비문화를 수시로 호흡할 수 있다는 강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릇 융합이라 함은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여 함께 도모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실 이것은 기존 산업단지의 제도와 관습과는 거리가 멀다.

산업화 시절 이래로 분업화에 빠져 각자 자기 영역 안에서 자기 일만 하느라, 옆 공장이 무엇을 하는지 산업단지 밖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 밖이었다.

'경계 지키기' 문화로 타인을 배척하는 성향도 강한 편이다. 소위 '나와바리'(なわばり·세력권)라는 자기 왕국에 갇혀 미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무지에 빠지기 쉬운 실정이다.

융합은 바로 이러한 경계를 파괴하고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하는 노력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제조업에 위기가 찾아오고 이를 극복하려면 산업단지 기업들이 융합해 힘을 합쳐야 함은 당연하다. 여기에 더해야 할 것은 산업단지 안팎으로 문화가 흐르도록 하는 일이다. 그래야 소통할 수 있고 인재들이 스스로 들어와 머물 수 있다.

산업단지이기 때문에 생산만 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고정관념을 깨야 하는 것은 물론 지원 시설도 생산 인력을 위한 단순 복지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산업단지도 이제는 단지 밖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문화적 공간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역의 문화 1번지에도 스스로 찾아오게 할 수 있는 대안들을 생각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대표 행사로 자리 잡은 대구치맥페스티벌과 연계해 산업단지에서 정기적으로 축제를 개최할 수 있다.

또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나 대구포크페스티벌 등과 협력해 행사 기간에 일부 프로그램을 산업단지 내에 유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요즘 판교테크노밸리와 같은 첨단산업단지들도 카페나 작은 공연장 등 문화의 힘을 활용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구3산업단지도 도심에 인접한 장점을 살려 문화가 흐르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사업구역과 문화복지시설 등을 발상의 전환으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단지 내에 유휴 시설을 문화공간으로 대여 또는 임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도 제도적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산업단지는 야간에도 불이 꺼지지 않고 젊은이들이 다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들이 모이고 신사업도 꽃피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20세기에 정부가 제도적으로 만들어준 산업단지의 가치가 스스로 높아질 것이다. 입주기업들이 공통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출발시킨 '융합의 날'이 지역 혁신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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