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들고일어났다. 민주노총이 주도한 공공 부문 총파업에 동참, 5일까지 일손을 놓기로 했다. 이들은 정규직화 등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 중이다. 이에 따라 급식 등 학교 업무 일부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학교 급식 대신 도시락, 빵으로
3일 정오쯤 찾은 대구 수성구 범일중학교. 평소 같았으면 북적였을 급식실과 조리실이 텅텅 비어 있었다. 대신 1학년 교실 앞에는 단팥빵과 소보로빵, 오렌지 주스, 포도 주스가 가득 든 비닐봉지를 든 교사들이 바쁘게 오갔다.
이 학교는 이날 급식 종사자 4명이 모두 파업에 참여하면서 정상적인 급식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기말고사를 치른 2, 3학년을 제외한 1학년 학생 194명 모두에게 대체 급식으로 빵과 주스를 제공했다.
학생들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빵과 주스를 나눠준 1학년 2반 정민아 담임교사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제일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틀간은 도시락데이인데, 학부모들의 부담도 만만치않을 듯하다.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급식실이 아닌 교실에서 대체 급식을 먹는 상황을 어색해하는 모습이었다. 도시락을 싸온 한 학생은 양이 얼마 되지 않는 밥과 반찬을 친구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박유진 양은 "빵보다 밥을 먹는 게 더 힘이 날 것 같다"며 "내일 부모님이 일하러 나가기 전에 도시락 준비해주시는 게 힘들 것 같아 걱정이다. 얼른 다시 급식을 먹고 싶다"고 했다.
이날 범일중을 찾은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학생들에게 직접 빵과 주스를 나눠준 뒤 앉아 얘기를 나누며 함께 먹었다.
강 교육감은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한 조리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 조리실에 냉난방기를 설치하는 등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인건비 부분은 정부 재원과 연계돼 있어 교육청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이 학생 및 학부모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번 파업은 학교 급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대구 학교 비정규직 중 조리실무원이 2천300여 명으로 가장 많은데, 이들 중 286명이 3일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조리실무원을 포함해 급식 종사자 650여 명이 업무 현장을 떠났다.
이에 따라 3일 대구에선 47개 학교에 학교 급식이 중단됐다. 초등학교 34곳, 중학교 8곳, 고교 2곳, 단설유치원 3곳의 급식실이 문을 닫은 것. 이들 학교는 도시락(24개교), 빵과 김밥(19개교)으로 점심을 대신했고, 4개 학교는 오전 수업만 실시했다.
경북에서 이날 급식이 이뤄지지 않은 학교는 모두 171곳(초교 112곳, 중학교 32곳, 고교 22곳, 단설유치원 5곳). 이 가운데 도시락을 지참한 곳이 39곳이고 빵과 김밥, 우유 등 대체식을 제공한 학교는 88곳 등이다. 12곳은 단축 수업을 실시했다.
파업이 이어지는 5일까지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의 경우 3일 영양사, 조리사, 조리실무원 등 급식 종사자 310명이 파업에 참여한 데 이어 4일에는 210여 명이, 5일에는 170여 명이 일손을 놓을 예정이다. 경북도 3일 693명, 4일 780여 명, 5일 750여 명이 파업에 나선다.
때문에 대구는 4일 30여 개교, 5일 20여 개교가 급식을 중단한다. 경북도 5일까지 학교 130여곳이 급식을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 비정규직은 정규직화, 임금 인상 등 요구 중
교육공무직 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는 전국교육공무직 본부, '학비노조'로도 불리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이 모인 곳이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함께하기로 하고, 3일부터 사흘간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교육공무직 노조의 총파업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임금 교섭 중지 결정에 따른 것이다. 17개 시·도교육청과 교육공무직 노조가 지난달 말 한 차례 교섭을 진행한 바 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정규직화 외에 이들의 요구 사항 중 핵심은 임금 인상이다. 기본급을 6.24% 인상하는 것 외에 근속수당, 명절휴가비, 맞춤형 복지비를 올려달라는 것이다. 6~10년차는 5만원을 주는 등 기존에 없던 근속수당 가산금도 신설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 측은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비정규직 종합백화점'이라 불리는 게 학교 현장이다"라며 "그럼에도 교육부와 각 교육청은 비정규직 철폐, 차별 해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뒷짐만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그 대신 기본급만 1.8% 인상하자는 게 교육 당국의 제시안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을 전부 수용할 경우 10년차인 1명의 임금 인상률이 22%에 달하게 된다"고 밝혔다. 게다가 학교 조리실무원 경우만 해도 2009년과 비교해 2018년 임금이 112.76% 인상돼 노조 측 요구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규직화 등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반론을 제기한다. 조리실무원 대부분은 2007년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돼 있다는 입장이다. 2013년 학교별 계약에서 교육감 직고용 체제로 전환, 고용이 안정됐다는 주장도 편다.
이번 파업으로 두 교육청에도 비상이 걸렸다. 급식 종사자 외에도 초등 돌봄전담사,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 특수교육실무원 등 주요 직종에서 파업 참여가 예상돼서다.
특히 대구지역 특수교육실무원의 경우 파업 참여인원이 3일 29명에서 4일 110여 명으로 대거 늘어나,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 특수교육실무원은 식사와 이동, 학습 등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돕는 직종으로 대구에는 총 528명이 근무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4일 남양학교, 성보학교, 세명학교 등 대구 공립 특수학교 3곳의 특수교육실무원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교직원 등 대체인력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외에도 시교육청은 학교 교육과정에 차질이 없도록 '교육 공무직원 파업 대응 매뉴얼'을 학교로 보냈고, 학교별로 자체 계획을 수립하라고 요청했다. 도교육청도 관련 매뉴얼을 각급 학교에 통보하는 한편 상황실을 설치해 본청, 교육지원청, 학교 간 '핫라인'을 운영하면서 긴급 상황에 대비 중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3월에도 초등 돌봄전담사가 20여 일 간 파업을 강행해 학교 현장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파업이 관행화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대체식을 제공해 학교 급식 중단으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겠다. 돌봄교실, 특수아동 지원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학교 내 인력을 활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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