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北 목선 의혹 조사 발표가 또 다른 축소·은폐 아닌가

정부는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에 대한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의혹 해소는커녕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한 불신만 높였다. 국무조정실은 "우리 군의 경계작전에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이를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현장 지휘관에게만 책임을 묻고, 국방부 장관, 청와대 관계자 등 '몸통'에게 면죄부를 주는 '꼬리 자르기'의 전형이다.

정부는 제8군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합참의장, 지상작전사령관 등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하는 등 경계작전 실패만 인정했다. 군 안팎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은 부인하거나 두리뭉실하게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핵심 의혹 중 당시 국방부가 '삼척항 인근' '경계작전에 문제가 없다'고 잘못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대북 군사보안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부적절하고 안이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청와대 안보실의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개입 사실이 없다'고 하니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같다.

국방부가 잘못된 사실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안보실이 직간접으로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오고 청와대 행정관이 17, 19일 국방부 브리핑에 참석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연관이 없다고 했다. 오직 일선 지휘관만 잘못했고, 청와대나 국방부는 책임이 없다고 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 자신은 책임지지 않고 부하들만 희생시키면 전장에서 지휘력을 발휘할 수 없음은 상식이다.

누가 봐도 청와대·국방부를 비호하기 위해 조사 결과를 축소·은폐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국민이 화를 내는 것은 경계작전 실패도 문제지만, 이 사건을 축소·은폐해 국민을 속이려 한 데 있다.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면 원인 진단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텐데, 현 정권은 북한 눈치 때문인지 그저 숨기고 감추려고만 한다. 정부의 발표는 도저히 신뢰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국회의 국정조사를 통해 밝히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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