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정폭력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 폭행 40대 대법원서 무죄 확정 논란 재점화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신고하면 현장 진입 어려운 맹점 드러나
경찰 현장 대응력이 약화 우려 거세

대법원 전경. 대법원 제공.
대법원 전경. 대법원 제공.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4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번 판결로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가정폭력을 신고할 경우 경찰관이 현장에 진입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박상옥)는 4일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하급심에서 잇따라 무죄가 선고된 A(42) 씨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날 판결에 따라 A씨의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A씨는 지난 2017년 12월 오전 7시 35분쯤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에서 유리병을 던지는 등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법원은 영장을 소지하거나 제시하지 않은 채 A씨 집에 들어간 경찰관의 공무 집행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A씨 집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고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이웃 주민의 112 신고 전화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현관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러도 반응이 없자, 열린 현관문을 통해 A씨의 집에 들어갔다.

상고심에서 검찰은 경찰의 출입조사권한을 명시한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당시 현장 상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의 동의 없이 집 안에 들어간 것을 부당한 공무집행으로 본 것.

이날 판결에 따라 경찰의 현장 출동 메뉴얼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가정폭력을 신고할 경우 경찰관의 현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

사실 확인차 집에 들어간 것까지 법원이 문제 삼는다면 현장에서 경찰이 즉각 취할 수 있는 범죄 예방조치는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대구 한 경찰관은 "법원이 당시 현장상황과 경찰관의 의도를 판단 기준으로 삼지 않고, 사후적으로 확보된 정보를 기준으로만 유·무죄를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한 경찰청은 "현장 대응력이 약화할 거라는 우려를 고려하지 않은 채 법리만 두고 판단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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