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양산과 반바지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2018-2019년 시즌이 끝난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축구경기장에서 며칠 전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가 열렸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메인 스타디움이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을 임시 개조해 이틀간 메이저리그(MLB) 정규 시즌 경기를 치른 것이다. 야구 관심도가 낮은 유럽에서 MLB 공식 경기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른바 이 '런던 시리즈'에는 미국 동부지역의 최대 라이벌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맞붙었다. 이 두 팀은 MLB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구단답게 팀 색깔은 물론 선수들 개성 또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한 예로 양키스는 매일 수염을 깨끗이 깎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 불문율이다. 또 경기에 나서면서 치렁치렁한 목걸이 차림이나 유니폼 단추 하나라도 풀어헤치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1973년 양키스를 인수한 조지 스타인브레너의 성향을 반영한 팀 전통이다. 2010년 그가 타계한 후 아들 할 스타인브레너도 이런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반면 레드삭스는 선수 옷차림에서부터 덕아웃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양키스와 대비된다. 레드삭스 홈경기장의 상징이자 기형적으로 높은 좌측 외야 펜스의 별칭인 '그린 몬스터'처럼 선수들 행동거지나 스타일이 자유분방하고 유별나다. MLB 전체 30개 구단 25인 선수 명단 중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선수가 가장 많은 팀이 바로 레드삭스다.

마른장마 탓에 30℃를 넘는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자 폭염 대비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삼성, LG, SK 등 많은 기업들이 반바지에 샌들 차림의 출퇴근을 허용하는가 하면 대구시는 남성도 양산을 쓸 것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통념상 좀체 시도하기 힘든 일들이라는 점에서 눈에 띄는 변화다.

개성을 떠나 규칙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환경에서는 비록 싫더라도 전통을 따르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환경과 여건이 안 될 경우 상황에 맞게 변신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양키스의 예처럼 전통을 지키는 것도 미덕이지만 현실에 맞는 새로운 시도나 변신도 필요한 법이다. 양산 쓰기나 반바지는 더위에 대한 인간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가 됐다. 부채는 되는데 양산은 안 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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