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폐지 모아 성금 1천만원 아동시설 기부한 대구 80대들

대구 남구 봉덕동 효성백년가약아파트 경로당 회원들이 지난 2일 대구의 두 아동시설에 각각 500만원씩 성금을 전달했다. 이날의 성금은 평균 나이 80세가 넘은 38명의 회원들이 지난 8년 동안 모은 폐지를 팔아 마련한 돈이어서 더욱 놀랍다. 긴 세월 하루도 빠짐없이 폐지를 거둔 돈을 시설에 준 만큼 의미는 액수와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 대구 공동체를 빛낸 아름다운 활동이다.

이번 활동이 돋보이는 까닭은 여럿이다. 먼저 당당함이다. 이런저런 주변 눈치로 활동 반경이 좁을 수밖에 없는 보수적인 지역사회의 분위기에서 생계를 위한 선택이 아닌 종이 줍기가 사실 쉽지 않았음직하다. 하지만 회원들은 폐지가 있는 곳이면 가깝고 멀고를 가리지 않았다. 나이조차 잊고 자전거를 타고 수거하는 수고도 결코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어려운 아이들'을 돕겠다는 당당한 공적 목적의 각오와 실천이 뒤따랐던 덕분이다.

또 있다. 80대 회원의 단결에다 이들과 함께한 박이득 경로당 회장의 실천적인 지도력이다. 나이 들수록 개성이 두드러지는 흔한 흐름과 달리 회원들은 회장부터 힘들고 어렵게 모은 돈을 한 푼도 헛되이 쓰지 않는데 앞장섰다. 이는 폐지값이 ㎏당 130원 하던 좋은 시절이나 ㎏당 70원으로 떨어진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이렇게 '티끌 모아 태산'의 힘을 바탕 삼아 2012년부터 보낸 8년 세월이니 값을 따질 수 없는 1천만원 성금이 가능했던 셈이다.

고령의 불편한 몸도 돌보지 않은 희생의 모습도 평가받을 만하다. 지팡이를 짚고도 눈, 비 가리지 않는 정성, 폐지 수거에서 정리까지 꼬박 3시간이 넘는 고된 작업의 감수, 손가락 지문이 닳아 없어지는 줄도 모르고 혼신을 쏟은 일이 그렇다. 같이 폐지 줍던 남편과 사별한 회원이 남편 몫까지 마음을 다한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경로당 기부는 대구라는 지역사회 공동체, 특히 미래 세대를 위한 어르신 활동의 선례가 되고도 남을 듯하다. 자신을 위하는 자리(自利)에다 이타(利他)의 선(善)한 삶이기도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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