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4일부터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 규제 조치를 이행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부당한 일이다. 오죽하면 일본 유력 언론들조차 대한 수출 규제 보복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적인 목적에 무역을 사용하지 말라는 외침이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어리석은 무역전쟁에 일본이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도 나왔다. 일본 언론은 이번 아베 정권의 대한 수출 규제가 자유무역 원칙을 왜곡하는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계산 말고는 명분도 실익도 없다.
문제는 그럼에도 아베 정권이 대한 무역 보복 조치를 쉬 해제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아베는 오히려 다음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미 일본은 한국을 자신들이 정한 안보우방국인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음 달부터 무기 전용 우려가 있는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 규제인 '캐치올 규제'를 발동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캐치올 규제'는 과거 서구 선진국이 북한이나 시리아 등 적성국가의 군사 제재를 위해 주로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진 제도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어이없는 보복 조치에 우리 기업들만 불확실성이란 수렁에 빠졌다.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관련 산업이 많은 구미산단엔 긴장감이 돌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의 유탄을 맞은 데 이어 대일 무역 악재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게 생겼다. 이들 기업들은 당장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장기화하면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일본이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하자 '그동안 기업들은 뭐했느냐'며 오히려 기업에다 화살을 돌리더니 사흘이 지난 후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상응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이 명백히 국제법을 위반했다면 국제적으로 우군을 확보하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기업 피해를 예상했다면 진작 우회 전략을 마련했어야 할 일이다. 일본 언론이 자국 정부의 조치를 비판한다고 거봐라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할 일을 스스로 찾아 철저히 대응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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