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방송되는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서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72시간을 공개한다.
감천문화마을은 산자락을 따라 나있는 미로 같이 좁은 골목길과 오래된 집들이 그 모습을 지키고 있는 전형적인 달동네였다. 1950년 전쟁 직후, 산비탈면에 지어진 자그마한 판잣집은 약 1천여 동이었다. 방 한 칸에 주방 한 칸, 10평이 채 안 되는 집에 7명씩 되는 가족들이 모여 살았고, 집집마다 화장실과 수도를 설치할 여건이 안 돼 수천 명의 사람들이 공동화장실과 공동 우물을 사용했다. 일터와 학교에 가기 위해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계단과 가파른 언덕길을 수도 없이 오르내렸다.
2009년, 그런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재개발이 중단되며, 무작정 건물을 허물고 새로 올리는 대신 '보존'과 '재생'에 초점을 맞춘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된 것이다. 주민들과 지역 예술가, 지자체는 마을을 살려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마을 곳곳엔 예술 작품들이 설치됐다. 계단식 주거형태,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마을전경, 사통팔달의 미로미로 골목길까지. 한 때는 가난의 상징과도 같았던 특색 있는 경관에 문화 예술이 가미되며, 감천문화마을은 연간 250만 명의 국내외 방문객이 다녀가는 대한민국 대표 명소가 되었다.
이곳은 65세 노인 인구가 30% 이상인 마을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가득하던 이곳에 세계인의 발길을 사로잡는 명소가 되며 크고 작은 진통들이 생겼다. 온종일 활짝 열어놓던 문틈으로 머리를 불쑥 밀어 넣어 집을 둘러보는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 때문에 수십 년간 걸어둔 적 없던 문을 잠가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무 데나 휙휙 던져버린 쓰레기들, 남의 집 앞에서 큰소리로 웃고 떠드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늘어갔다.
빈집만 자꾸 늘어가는 상황에서 마을이 활기를 찾은 건 참 반가운 일이었지만, 갑작스런 변화에 대응할 충분한 대안이 없었다. 이에 주민들과 상인들은 다시 머리를 맞댔다.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몰려오는 관광객들을 막을 방법은 없으니 주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감천문화마을만의 주민환원사업이 시작되었다. 감내빨래방을 만들어 이불 세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빨래를 대신해주고, 감내작은목간을 만들어 관내 어르신들이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편히 목욕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오래돼 벗겨진 벽면의 페인트를 무상으로 칠하고, 마을지기와 만물수리공이 나서 주민들이 생활하며 겪는 크고 작은 불편들을 처리했다.
관광객들이 몰리며, 임대료 역시 상승 기미를 보였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위기 앞에서 지자체에도 힘을 보탰다.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마을에 프랜차이즈 업체의 입점을 불허한 것이다. 그렇게 감천은 편의점 하나, 체인점 카페 하나 없는 청정구역이 되었다. 그렇게 배려 받은 상인들도 뜻을 함께했다. 여느 관광지와 달리 저녁 6시면 일제히 문을 닫는 방법으로, 마을을 다시 주민들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감천은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저녁 6시면 자연스레 관광객들이 빠지고,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하던 골목을 산책 나온 주민들이 채웠다. 당장의 이익보다 주민들을 먼저 생각한,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이처럼 왔다가 떠나는 관광객들의 사이에서, 여전히 마을을 지키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7일 오후 10시 40분,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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