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제 보복 맞선 일제 불매운동, 과연 바람직한가

한국 대법원의 지난해 10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으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3개 부품의 수출 규제가 이달 1일부터 발효되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정부의 대응책 마련과 달리 민간 차원에서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자제나 중단 같은 움직임이 퍼지는 분위기여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즉흥적인 대응도 미덥지 못하지만, 지금 불고 있는 불매운동이나 불매 촉구 목소리가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상공인단체의 공개적인 불매운동 입장 표명이나 일본 상품 불매 촉구의 1인 시위와 같은 행동도 자칫 정치적인 여론몰이에 악용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특히 이런 운동으로 과연 기대한 효과나 결과가 나올지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이런 불매 분위기에 동조하는 사람의 의지, 불매운동에 따른 고통이나 손실 감수 같은 결연한 뜻은 충분히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흔히 이런 움직임은 이성보다는 비합리적인 감정에 치우치는 탓에 또 다른 갈등을 일으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일본 관련 업종이나 산업 현장에서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이 애꿎은 속앓이만 할 뿐 어쩌지 못하는 불안도 적지 않을 터다.

과거 1910년 8월 22일 강제 한일병합 이후, 34년 11개월 24일간 일제의 한국 강점에 따른 온갖 피해는 헤아릴 수 없고, 잴 수조차 없을 만큼이다. 일제의 한국 침략 준비는 1876년 2월 27일 불평등한 강화도조약 체결부터 강제병합까지 34년 5개월 26일이 걸렸다. 이처럼 치밀한 일본답게 이번 경제 보복 준비도 그러했던 반면, 우리 정부는 과연 어땠나 묻지 않을 수 없다. 불매운동도 다름없다.

지금 민간에서의 반(反)일본 정서는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불매운동 등은 정부 차원의 대응을 지켜보고 해도 늦지 않다. 굳이 하더라도 요란을 떨 일은 결코 아닐 듯하다. 소리 없는 준비로 맞서 바라는 목표를 이루는 그런 지혜로운 행동 변화가 더욱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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