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의 신조가 있다. '텍스트보다 숫자가 강하고 숫자보다 이미지가 강하다.' 우선 숫자는 정확하고 객관적, 중립적이라는 착시 현상이 있다. 예를 들면 "조금 부족하다"보다 "2% 부족하다"가 훨씬 피부에 와닿는다. 그래서 '선진국'이라고 말하지 않고 국민소득 '1만달러'라고 말한다.
이미지는 숫자보다도 훨씬 강력하다. '1만달러'보다 '마이카 시대'가 훨씬 구체적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속담을 들이댈 필요조차 없다. 그래서 유신 직후 박정희 정권은 '대망의 80년대'를 뒷받침하려고, '1만달러'라는 숫자와, '마이카 시대'라는 이미지를 제공했다.
숫자 즉 통계는 강력한 설득력을 갖지만, 중립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 최근 일자리 논쟁이 대표적이다. 성신여대 연구팀은, 풀타임 근로자로 간주되는 주 36시간 근로 기준으로 취업자 수를 계산하니 일자리가 20만 개 줄었더라고 발표했다. 통계청은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하면 취업자로 잡지만, 그 경우 고용률은 1/36로 0.03명 고용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반론을 냈다. 성신여대 팀은 주 36시간 이상 근로자는 다루지 않았다. 우리 근로자의 평균 근로 시간이 36시간을 초과하니 근로자 1명이 취업자 1명을 훨씬 넘는다는 것이다.
최근 대구시에서 통계를 그래픽화해서 쉽게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기획을 발표했다.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함께 난관을 돌파하자는 의도라면 대찬성이다. 그러나 대구 시정을 긍정적으로 홍보하려는 의도라면 잘못된 기획이다. 이미지화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통계는 맥락에서 분리될 수도, 단순화될 수도, 왜곡될 수도 있다.
이미지화된 통계는 여론 조작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통계의 생산자는 단순화와 왜곡의 유혹을 느낄 것이다. 최근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등 대부분의 대구 지표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하향 곡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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