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대구에서 보는 I⦁SEOUL⦁U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서울 브랜드인 I·SEOUL·U에 대해 서울 시민 70%가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2015년 10월 서울시가 이 브랜드를 발표했을 때 엄청난 비난이 일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서울의 정체성을 전혀 담고 있지 못하다"는 여론이 대부분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서울 시민의 70%가 이 브랜드를 좋아한다니 참 알 수 없는 결과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당연한 결과다. 브랜딩은 사람과 같아서 성장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와 달리 디자인은 누구나 의견을 말하기 쉬운 장르다. 개발된 디자인을 보고 누군가는 빨간색을 파란색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 있다. 브랜드의 서체가 조금 더 굵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브랜딩은 수술과 같은 의료행위와 비슷하다. 리브랜딩을 하는 이유는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문제가 있기에 이를 고치고자 함이다. 즉, 브랜딩과 의료행위는 닮았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환자는 의사를 믿고 자신의 몸을 내어 주는 것처럼 브랜딩 개발 역시 그래야 한다.

시에서는 도시 브랜딩을 위해 전문 회사에 용역을 맡긴다. 하지만 공무 기관의 특성상 개발된 디자인 본연의 가치를 가지고 세상 빛을 보는 건 정말 힘들다. 우선 실무 부서진을 설득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그들의 상사, 그다음엔 다시 그들의 상사들에게 디자인이 보고된다. 이 과정에서 핵심 아이디어나 디자인 요소가 깎여 버리기도 한다. 클라이언트(광고주)의 성향에 따라서 말이다. 아무래도 실무진은 결재를 해주는 상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그때부터 디자인의 방향이 오직 상사의 취향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결국, 그 디자인을 봐야 할 시민들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이 일이 어떻게 통과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시간의 낭비이다.

브랜딩 회사 차원에서는 오히려 이런 프로세스가 편할 수도 있다. 그 부서의 높은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 사람의 취향만 맞춰 디자인하면 결재가 빨리 난다. 하지만 이것은 예산 낭비에 불과하다. 브랜딩 회사가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클라이언트(광고주)의 클라이언트(시민)이다. 즉, 시(市)의 디자인을 보는 시민을 만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측 상사만 만족시키는 디자인을 만들다 보면 전혀 효과 없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나오고 만다.

물론 두렵다. 브랜딩 회사에서 만들어 온 그대로 내보내도 되는지 불안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필자가 쓴 것처럼 리브랜딩은 수술과 같다. 수술실에서 의사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두려워도 맡겨야 한다. 도둑 잡는 일은 경찰에 맡기고, 건축은 건축가에게 맡겨야 가장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대구시가 조금 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낯선 것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어주면 좋겠다. 그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면 I·SEOUL·U 같은 도시 브랜딩이 나올 수 없었다. 대구 도시 브랜딩에 관한 어떠한 이미지를 가져와도 낯설 수밖에 없다. 어떠한 문장도 '컬러풀 대구'보다 낯설 수밖에 없다. 브랜딩은 한 도시에 심장을 선물하는 일이다. 심장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려면 당연히 산고의 고통이 따른다. 우리는 그 고통을 외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주)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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