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장면이 있다. 하나는 알려진, 다른 하나는 처음 소개하는 이야기이다.
#1.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지역 국회의원-대구시 예산정책협의회'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포문은 정태옥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대구 북갑)이 열었다. 정 의원은 "11일에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의를 신청했다. 총리실에 김해신공항에 대해 물을 생각이다"고 밝혔다. 뒤이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대구 동을)이 "최근에 영남권 신공항 관련해서 한 가지만 당부 말씀드리겠다"며 "과정부터 예산까지 정말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라도 공정하지 않게 김해신공항 계획이 취소되고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이것은 총리실, 기획재정부, 청와대에 당당하게 절차부터 예산까지 지적해야 한다. 불공정한 일이 있다면 납득할 수 없다"고 장단을 맞췄다. 그러자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대구 달서병)도 "이 정권이 공항 문제를 이렇게 부도덕하고 불공정하게 하면 불복종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다"며 "가만히 있으면 대구시민, 경북도민이 피해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 지난달 24일 기자는 서울 언론사 기자 몇몇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통인시장 인근에서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대구경북(TK)과 부울경이 갈등을 빚는 공항 문제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을 묻는 말이 나왔다. 영남권 신공항은 참여정부 시절 처음 언급됐고,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을 때 정책실장이었던 터라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는 "부울경이 대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년이면 총선 공천도 끝나 여당 의원들이 더는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고 차기 유력 대권 주자에게 줄 설 것이다. 공직자들도 집권 3년 차 인사가 끝나고 남은 인사도 없어 정권을 의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김해신공항 재검증은 하세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분권 차원에서 시작한 논의인데 최악에는 영남권 전체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세월만 보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TK 정치인들이 공항 문제를 두고 저마다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들 외에도 지역 의원들이 이번 임시국회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김해신공항 확장안 재검증 논란'을 따질 계획이다.
'웰빙 정치인의 전형'이라는 말을 듣는 지역 정치권이 오래간만에 결기를 세운 모습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서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해신공항 검증'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그다음 달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덕도 신공항 적극 지원' 카드를 꺼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부울경 단체장들이 2016년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마저 깨고 국토교통부와 김해신공항 재검증 문제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하기로 합의했다.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청와대와 여권, 부울경이 한 팀이라도 된 양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차근차근 진행하는 모습이 심상찮아서다.
그래서인지 TK 정치권이 이번만큼은 대구경북 시도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치밀한 전략과 치열한 행동, 뚝심을 보여달라는 주문이 곳곳에서 나온다. 지역 정치권이 "김해신공항 재검토 수용불가"라는 결기 어린 외침보다는 열정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민심이 적잖음을 헤아리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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