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대구경북 경제의 미래

2014년 지역 수출액 608억$ 정점
작년엔 520억$로 14.3%나 줄어
인재·자본·창의력 다시 결집시켜
고기술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을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기 전인 2006년만 하더라도 전국 수출의 15%나 차지했었고 2009년에는 521억달러로 국내 최대 수출 지역인 경기도나 울산의 85%까지 따라 갔었던 곳이 대구경북이었다. 포스코가 있고 삼성전자, 제일모직과 합섬, LG 계열사, 코오롱 등의 기업은 대구경북 경제는 물론 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들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지역 수출은 형편없이 추락했다. 수출 608억달러를 찍은 2014년을 정점으로 한 뒤 지금까지 4년 동안 대구경북의 수출은 14.3%나 쪼그라들어 2018년 520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안 경기도 수출은 1천20억달러에서 1천241억달러로 22%나 늘었고, 충남도 651억달러에서 920억달러로 41%, 충북은 142억달러에서 232억달러로 63%나 증가했는데 대구경북은 울산, 경남과 함께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아래 표.1 [주요 지역별 수출 변동률: 2014~2018]을 보면 지난 4년 동안 울산, 경남, 부산, 전남 등 전통 제조업 지역 수출은 모두 부진했다.

[표.1] 주요 지역별 수출 변동률 : 2014 - 2018

원인이 무엇일까? 대구경북 지역이 잘못했다면 무엇을 잘못했을까? 대구경북이 특별히 처한 상황은 다른 지역, 즉 울산과 경남과 전남의 수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울산의 수출은 지난 4년 동안 24.6%나 줄었고, 경남도 21.3% 쪼그라들었다. 전남이나 부산도 대동소이하다. 한반도 남부 해안벨트 지역, 즉 구미-포항-울산-부산-경남-전남-전북으로 이어지는 남부의 수출 공업 전 지역이 모두 동시에 수출 경쟁력을 잃고 있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 2013년 아베 신조 정부가 들어온 이후 엔화가 달러당 80엔에서 120엔으로 거의 50% 가까이 절하된 것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라 부르는 엔화 절하는 모든 일본 제품의 수출 가격을 수십%나 낮게 책정하게 했고, 이것이 일본 경제를 살린 반면 한국산 조선, 자동차 및 부품, 전자제품 등의 경쟁력을 절대적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2014년 이후 모든 남부 해안 수출공업 지역의 수출이 부진한 것은 이와 직결되어 있다. 이 문제는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거나, 아니면 원화가 크게 약세가 되어야만 풀릴 수가 있는데 그것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압력 때문에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는 과도한 원화 환율의 고평가를 시정해줘야 한다.

다른 하나는 남부 해안벨트 지역의 산업이 모두 조선, 자동차, 철강 등과 같은 전통적 제조업 중심이어서 기술 혁신과 구조조정에 거대한 자본이 소요될뿐더러 인건비 부담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저부가가치의 조선은 이미 중국이나 베트남의 위협을 받은 지 오래고 자동차는 전기차 혹은 자율주행차로 무게 중심이 옮아갔으며 철강의 경우에도 고부가가치 특수목적강이 아니면 저가 중국, 인도, 러시아, 멕시코 혹은 브라질의 공세를 이겨내기 어렵게 된 상태이다.

고기술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하기 위한 자본 투입과 전문인력 양성 및 기술 혁신을 소홀히 한 잘못이 우리에게 분명히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안이한 현실에 안주하여 미래의 어려움을 예견하고 준비하는 데 소홀했고,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을 독려하고 인재교육에 박차를 가하는 데 소홀했으며 근로자들 또한 장차 다가올 어려움에 대비하여 기술을 습득하고 축적하는 것에 소홀하였다.

천년만년 포스코일 수 없고 천년만년 삼성전자나 LG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뽕나무가 바다가 되고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된다 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경기-충청 지역이 잘 나간다고 해서 그쪽으로 옮겨가는 것도 쉽지 않으려니와 이미 반도체 특수가 가라앉고 있다. 하던 것을 더 잘하는 것이 정석이다. 전국에 널리 퍼져 있는 대구경북의 인재와 자본과 창의력을 다시 결집하여 대구경북 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매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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