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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 블루스…여름밤 곳곳에서 펼쳐지는 중장년들의 하모니

기타, 피아노, 드럼부터 목소리까지 제각기 즐기는 늦깍이 음악 바람

음악동아리
음악동아리 '7번 국도 블루스' 멤버들이 한수원 한울본부 사택 복지관 앞 야외공연장에서 7080 음악들을 연주하며 버스킹 공연을 펼치고 있다. 신동우 기자

동해안 울진 바닷가엔 저녁 7시쯤이면 사람들이 드문드문 모인다. 제각기 들고온 봇짐을 풀고 기타, 건반이며 작은 엠프들을 익숙한 손놀림으로 늘어 놓는다.

먼저 음율을 맞추기 위한 기타줄이 몇번 튕기고 건반 소리가 한음한음 쌓여 간다. 약간은 수줍음을 타는 20대의 남성이 마이크를 집어들고 노래를 시작한다.

김광석으로 시작해 이문세, 조하문 등 7080세대를 주름잡던 가수들의 명곡들이 파도소리와 함께 아름답게 흩어진다.

울진지역 버스킹팀 '7번 국도 블루스'의 공연은 이렇듯 늦게까지 여름 바닷가를 추억의 선율로 물들였다.

'7번 국도 블루스'는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이하 한울본부) 가족들로 구성된 연주 동아리이다. 모두 울진에서 거주하다보니 지역의 바닷가를 잇는 주요 도로를 이름으로 삼았다.

가족과 떨어져 먼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던 직원들이, 그저 음악이 좋아 뭉치던 것이 그 시작이다.

어느덧 한명 두명 늘어나고 덩치가 꽤 커지자 지난 2012년 한울본부에 정식 동아리 설립을 신청했다.

지금은 회원 수 20명이 넘는, 한울본부 최대 예술 동아리로 자리 잡았다.

정식 동아리라고는 하지만 딱히 강제성도 없고 오히려 함께 외로움을 달래는 가족같은 분위기이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일을 마치자마자 유니폼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무작정 동아리방에 모여 수다부터 시작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일과이다.

'7번 국도 블루스'의 제영훈(23) 총무는 "어차피 기숙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혼자 저녁을 먹어야 하지 않느냐. 이렇게 모이면 함께 통닭도 시켜먹고 좋아하는 노래도 실컷 들을 수 있으니 자연스레 뭉쳐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음악 동아리지만 딱히 음악을 못해도 활동에는 전혀 상관이 없다.

무작정 들어와서 선배들에게 악기를 배우는 사람도 많고, 그저 목소리만 가지고 한몫을 해내는 사람도 있다.

이도저도 안된다면 다년간 단련한 귀를 가지고 냉혹한 평가단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자연스런 분위기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들이 연주하는 음악에도 영향을 미친다.

잔잔하면서도 제법 모양새를 갖춘 이들의 공연은 비록 아마추어이면서도 울진지역의 각종 축제나 한수원 행사에서 섭외 1순위이다.

2015년부터 부산, 강릉, 대구 등지에서 버스킹을 돌며 나름 전국투어까지 마쳤다.

'7번 국도 블루스'의 김광재(33) 회장은 "음악이란 공통점으로 묶이다보니 늘 정답고 즐거운 모임이다. 올해부터는 단순히 우리들만 즐기는 버스킹 활동이 아니라 부족한 실력이나마 지역의 복지기관들도 찾아다니며 뜻깊은 공연을 풀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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