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역사를 좋아하고 위인전을 즐겨 읽던 나는 자연스레 위인전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스피커를 통해 나온 빈 소년합창단이 부른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의 '울게 하소서'라는 곡은 나의 온몸을 휘감았고, 그 뒤로 삶의 길은 음악으로 정해졌다. 음악으로 정해졌을 때 늘 동경해오던 위인전 속 주인공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음악을 하는 위인전 주인공은 대부분 모차르트, 베토벤, 홍난파, 박태준 등 작곡가였기에 나의 꿈도 작곡가로 정해졌다. 그러다가 국악작곡가 이준호 선생님의 국악관현악 작품 '축제'를 듣고 매료되었으며, '국악작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를 살아가며 전통을 미래로 만드는 일', 우리음악을 이어나가고픈 사명감이 생겼다.
작년 KBS국악관현악단으로부터 연주시간 70분에 달하는 합창을 포함한 국악관현악곡을 위촉받았다. 보통 국악에서 가장 큰 편성인 국악관현악곡 한 곡의 연주시간이 15분 내외이기에 파격적인 제안이었고, 나는 '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곡 제1번'으로 명명하고 제목을 '별'이라 하였다. 그리고 작년 말 14년간 상임지휘자로 KBS국악관현악단을 이끈 이준호 선생님의 마지막 지휘로 연주되었고, 올해 초 이 위대한 음악가는 영면에 드셨다.
여기서 '별'이라는 제목은 영화 '불멸의 연인' 속 한 장면에서 출발한다. 극 중 한 소년이 어디론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배경에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이 긴박하게 흐르고 있다. 그러다가 그 소년이 당도한 곳은 어느 호숫가이고, 이내 상의를 탈의하고 그 호수 속에 자신의 몸을 맡긴다. 그와 동시에 '합창'의 주제 선율이 흐르면서 화면은 하늘을 향해 물 위에 누워있는 소년을 마치 하늘에서 보듯 정면으로 잡는다. 그리고 점점 멀어져 가며 호수 전체를 보여주는데, 호수에 비친 무수히 많은 별들은 마치 소년이 호수가 아닌 밤하늘 위에 떠있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그리고 그 뒤로도 계속 줌 아웃이 되며 마침내 그 소년은 무수히 많은 별 중에 하나가 된다.
별에 대한 동경은 평소에 가지던 우주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이어졌으며, 그 신비하고도 장엄한 우주의 느낌과 호기심을 국악관현악이라는 그릇에 담기 시작했다. 우주에 관한 여러 서적을 쌓아놓고 탐독하며 영감을 얻으며, '과학으로서의 우주', '인간의 삶으로서의 우주'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공간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시간적 예술인 음악 속에서 소리와 음향적 표현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 인간은 어떤 의미를 남기며 이 세계에 나오고, 또한 사라지는 것인지. 끝없는 시간의 연속성, 차원에 따라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그 광대한 시간 속에서의 인간의 삶은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고 이내 사라지는데 그에 따른 인간의 의미를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이정호 국악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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