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종 때 깜짝 놀랄만한 표류 사건이 일어났다. 도망간 노비를 찾아 체포하는 추쇄경차관으로 제주도에 부임했던 최부(崔溥)라는 관원이 이듬해 부친상을 당하자 배를 타고 급히 육지로 향하다 풍랑을 만나면서 중국 저장성(浙江省) 연안까지 표류한 것이다. 수십 명의 일행과 함께 14일간이나 해류에 몸을 맡긴 채 천신만고 끝에 상륙한 곳이 중국 닝보(寧波) 해안이었다.
해적을 만나고 왜구로 몰려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관직을 가진 조선의 선비임을 당당히 밝힌 그는 기어이 명나라 관원의 호송을 받게 되었다. 사오싱(紹興), 항저우(杭州), 양저우(揚州) 등 연안과 내륙의 주요 도시를 지나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황제까지 만났다. 조선인이 중국의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를 두루 여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산해관과 요동을 지나 압록강을 건너 6개월 만에 한양으로 돌아왔는데, 그 기나긴 여정의 기록이 바로 표해록(漂海錄)이다.
1987년 정초를 떠들썩하게 했던 북한 김만철 씨 일가의 탈북 사건도 목숨을 건 표류를 통해 이루어졌다. 북한의 청진의과대학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던 그가 처가 식구까지 포함한 일가 11명을 50t급 청진호에 태우고 북한을 탈출해 일본과 대만을 거쳐 25일 만에 남한으로 귀순한 사건이다. 청진항을 출발한 다음 날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다가 닷새 만에 도착한 곳이 일본 후쿠이(福井) 외항이었다.
김만철 일가는 불법 입국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따뜻한 남쪽 나라'를 귀착지로 밝혀 은연중 한국행 의사를 표명했으나, 문제가 복잡해졌다. 우리 정부가 공식 인도 요청을 했지만, 일본 조총련의 협박과 북한의 송환 요구에 입장이 곤란해진 일본 정부가 공해상 추방 방침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제3국인 대만을 경유해 남한에 도착하게 되었다.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을 두고 정부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왼고개를 치는 국민이 숱하다. 애초에 북한 목선이 '표류'한 것처럼 브리핑한 것부터가 의문이다. 그리고 '삼척항 인근'이라고 한 표현과 '깨끗한 오징어 배'의 모습, '칼주름 인민복' 등 납득할 수 없는 의문점이 적잖다. 정부의 오락가락 대응에 이제는 민심이 표류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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