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비의 공간 서원] <4> 도산·병산, 세계유산 '우뚝'

지난 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지난 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 등재 확정된 후 정재숙 문화재청장을 비롯해 9곳의 서원과 지자체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엄재진 기자

"서원은 한국의 성리학을 보여주는 탁월한 예시로 중국의 성리학이 어떻게 한국화됐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서원의 세계유산 등재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 성리학을 자리잡도록 한 퇴계 이황의 철학과 학문이 전해오는 '도산서원'과 퇴계의 가르침에 따라 충과 효를 실천하고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위기극복의 지혜가 담긴 '병산서원'의 가치와 역할이 새로운 관심이다.

이날 이배용 한국의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은 "조선시대 교육 및 사회적 활동이 지속적인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인정받았다"고 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도 "유교 유산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우가 적었다. 이번 등재로 중국이나 일본 문화권과 함께 우리 유교문화권의 가치가 더욱 평가받게 됐다"고 평했다.

지난 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지난 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 등재 확정된 후 정재숙 문화재청장을 비롯해 9곳의 서원과 지자체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엄재진 기자

◆긴장감 이어진 심사 현장

이날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세계유산 총회장은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19번째 심사 대상에 오른 '한국의 서원'에 앞서 중국의 'Liangzhu시 고고학 유적'과 일본의 '고대 일본의 고분' 등이 등재 확정 판정을 받았고, 이코모스의 반려 의견이 있었던 인도의 '자이푸르 시티, 라자스탄'은 2시간여의 위원국들의 열띤 토론 끝에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등 극적 반전이 이어졌다.

한국은 2015년 1월 서원에 대해 처음 등재신청을 했으나, 이듬해 이코모스의 '반려' 의견으로 등재 신청이 철회된 기억이 있기에 재신청에 나선 서원 관계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했다.

이날 이코모스는 심사 의견을 통해 "오늘날까지 한국에서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되어온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라며 "성리학 개념이 여건에 맞게 바뀌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며 등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조선시대 9개 서원은 전국에 분포돼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강학과 제향, 교류의 장소로 이용돼 왔다. 서원은 한국의 성리학을 보여주는 탁월한 예시로 중국의 성리학이 어떻게 한국화됐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며 "여전히 수업과 제향 의식을 통해 전통이 전해지고 있으며, 앞으로 통합적인 관리와 보존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심사 의견에 대해 "훌륭한 보존상태에 놀라움을 받았다", "국가간 문화 교류의 대표적 사례다" 등 스페인과 중국 등 6개의 위원국들이 한국의 서원 등재를 지지했다.

이날 아불파즈 의장이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를 확정짓는 발표를 하는 순간 전통차림의 복장과 갓으로 의관을 갖춘 9곳의 서원 관계 유사들과 문화재청장, 아제르바이잔 대사 등 참관자들이 일제히 박수와 함성을 쏟아냈다.

특히 10여년 동안 한국의 서원 등재를 준비해왔던 (사)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소속 이배용 위원장과 직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서로 부둥켜 안고 축하와 위로, 격려의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 6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
지난 6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 '한국의 서원' 등현장에 참가한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별유사 등 관계자들이 세계유산 등재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창해 서애종손, 이태원 도산서원 별유사, 류한욱 하회마을보존회 이사장, 이동구 도산서원 별유사. 엄재진 기자

◆서원체험·교육 인프라 구축 절실

'한국의 서원'의 세계유산 등재로 안동은 '하회마을', '봉정사' 등과 세계기록유산인 '유교책판' 등 모두 4건의 세계유산 5곳을 보유한 명실상부 세계유산의 도시로 자리잡게 됐다.

안동시는 앞으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 유네스코 세계유산 3개의 카테고리 유산을 모두 보유한 우리나라 첫 지자체로 자리매김하고 '만인소'와 '내방가사' 등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아제르바이잔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 현장에 함께했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별유사 등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지난 10여년을 준비해 세계유산을 등재시켰다. 하지만 앞으로 보존과 전승에 대한 과제 준비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원 도산서원 별유사는 "유네스코가 서원의 중요한 역할로 강학과 제향, 교류를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잘 이어져오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전국 600여 곳의 서원 가운데 강학 기능이 가장 활발한 도산서원 경우는 퇴계선생 귀향길 재현 등 서원에 담긴 퇴계선생의 철학을 좀 더 다양하게 전승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동구 도산서원 별유사도 "9곳의 서원들이 함께 통합 관리에 대한 계획을 만들어 내겠지만, 서원마다의 특성에 따라 도산서원만의 보존과 전승 방안에 대한 고민과 지자체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류한욱 하회마을보존회 이사장은 "병산서원은 강학 기능에 필요한 구조가 열악한 실정이다. 앞으로 지자체 예산 지원 등으로 서원체험과 수련에 필요한 교육관 등 시설물 설치가 절실하다"고 했다.

류창해 서애 15세 종손은 "세계유산 등재 의미를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언급했던 서원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많은 사람이 서원을 찾아 서원에 담긴 선현들의 삶과 철학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계유산 등재의 의미일 것이다"고 했다.

공동기획 안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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