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10味 중 1味는 따로국밥? 대구 육개장?

명칭 혼용에 관광객들 혼란, 대구육개장과 따로국밥은 다른 음식 정확한 명칭 확립 필요해

대구 대표음식 따로국밥. 선지를 식재료로 쓰는 것이 육개장과의 차이점이다.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대구 대표음식 따로국밥. 선지를 식재료로 쓰는 것이 육개장과의 차이점이다.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따로국밥이 대구육개장?"

서울에 사는 A(39) 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대구 맛집 투어에 나섰다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부터 대구의 '따로국밥'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정작 대구에 와보니 따로국밥이 아닌 '대구육개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던 것.

A씨는 "대구시청 홈페이지 등에는 '대구육개장'으로 홍보하며 수많은 종류의 육개장 식당을 열거해 놓고 있었다. 사실 육개장은 전국 어딜 가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뭐가 대구스러운 음식인지 모르겠다"며 "대체 따로국밥은 뭐고, 대구육개장은 뭐냐"고 했다.

대구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인 대구 10미(味) 중 1미로 꼽혔던 '따로국밥'의 명칭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 '따로국밥'이라는 이름으로 대구 10미에 선정됐지만, 어느 순간 '대구육개장'이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바뀌면서 대구시민은 물론 대구를 찾은 관광객들마저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시 홈페이지와 대구관광안내, 대구푸드 등 각종 홍보사이트에는 대구 10미 중 1미에 '대구육개장'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1미가 따로국밥에서 대구육개장으로 바뀐 것은 2012년 일이다. 2006년 대구 10미를 선정했던 대경음식포럼에서 "대구식 육개장은 소고기국을 기본으로 식당마다 육개장·해장국·따로국밥 등으로 분화됐기 때문에 따로국밥만이 대구 음식으로 대표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과 함께, "전주비빔밥처럼 지역명을 붙여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나오면서 '대구육개장'으로 바뀌게 됐다.

하지만 최근 이 사실을 알게 된 따로국밥 업주 및 음식 전문가들은 "70년 넘게 알려져 온 대구만의 음식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며 대구 대표 음식 명칭 재정립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경덕 국일따로국밥 대표는 "따로국밥은 1946년 해방 이듬해 국일 따로국밥 창업자인 서동술·김이순 부부가 만들고 작명한 대구의 음식으로, 향토의 역사가 서려 있다"고 항변했다.

하재용 교동따로식당 대표 역시 "대구육개장이란 생소한 단어 탓에 따로국밥을 맛보기 위해 식당을 찾는 관광객들은 오히려 혼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는 "대구육개장과 따로국밥은 먹는 방식과 그 속에 들어가는 재료가 다른 만큼 별개의 음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익근 계명대 관광경역학전공 교수 역시 "따로국밥에서 대구육개장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은 대구지역 음식 표준화를 위한 작업 중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음식의 표준화를 통한 작업은 좋지만 대구육개장 명칭 변경은 마케팅적으로 볼때 비효율적이다. 사람들의 인식 정도로 볼때 홍보에는 대구육개장보다는 따로국밥 명칭을 이어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 10미는 시가 주관해 선정한 것이 아니라 여러 의견을 수렴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들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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