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문화 자본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우리는 문화소비에 대해 편식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 연예·대중음악, 게임, 웹툰, 드라마 등 손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소비에 주목하지만 전통예술, 무용, 연극, 문학, 미술, 서양 음악 등에는 선뜻 다가가기 어려워한다.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지난 1년간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81.5%로 2016년 78.3% 대비 3.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2003년 62.4%에서 15년 만에 19.1%포인트 상승하여 80%대로 진입했다. 한편, 문화예술행사 관람횟수는 지난 1년간 평균 5.6회로 2016년 5.3회에 비해 0.3회 증가했다. 문화예술 분야별 관람률 변화 추이는 75.8%의 가장 큰 영화 관람률에 비해, 10%에도 진입하지 못한 무용, 전통예술, 서양음악, 문학행사의 관람률은 저조한 편이다. 가장 느리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무용의 관람률은 무용을 전공한 필자의 기운을 빠지게 한다.

필자의 어머니가 동창모임을 다녀오시며 가벼운 불평을 하신다. 중년세대를 비롯해 요즘 젊은 세대들은 과도한 음주문화에 적응되어 있고 휴대폰을 통해 넘쳐나는 정보에 허덕이며 잠시도 휴대폰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삶의 고단함과 공동체의 응집력을 술잔을 맞대며 큰 소리로 외치던 건배사는 중년세대의 최고 삶의 낙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또 따른 삶의 낙을 문화예술에서 찾아봐야 할 사회적 패러다임에 근접해 있다고 본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는 1960년대를 전후로 하여 프랑스 사회에 확산되어 있던 지배계급의 문화적 권력양상을 고발하는 것에 집중되어 많은 연구와 집필을 한 학자이다. 그는 각 개인들이 높은 수준의 문화를 후천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면 그들은 문화 자본을 소유했다고 본 것이다. 가정에서 예술에 친숙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거나 문화예술 활동을 접할 수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서는 문화의 취향, 기호, 선호에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이는 사회로 확대 재생산되어 사회 불평등에 따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근거 내용을 인용해 본다.

앞서 필자는 문화를 소비하는데 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글로 시작하였다. 어떻게 문화를 소비 활용하는지는 문화 자본의 축적과도 연관 된다. 문화를 소비하는 데 제공되는 것을 주로 소비하는 수동적 소비자인지, 제공받을 것을 찾아 소비 선택의 폭이 넓고 활용할 수 있는 능동적 소비자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충분히 우리 주변은 고급문화라 칭하는 많은 문화예술 활동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 있다. 축적되면 독이 되는 음주와 달리 삶의 질이 향상되는 문화자본의 축적은 사회적 보편성으로 추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능동적 문화소비자가 되어보자.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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