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집에서 보는 수작 영화

극장가가 참을 수 없는 오락영화의 가벼움으로 가득 찼다.

수작 영화들은 킬링타임용 영화들에 밀려 찾아보기 어렵고, 찾더라도 며칠 만에 간판을 내리는 바람에 늘 허탕을 친다. 세대를 넘어 사랑받던 영화관이 이제 롤러코스트 오락영화의 전유물이 됐다.

그러나 영화관을 찾지 않더라도 놓친 수작 영화들을 즐길 수 있는 길은 있다. 포털 사이트의 영화서비스를 통하면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고화질의 영화를 몇 천원으로 구입해서 몇 번이고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올해 상반기에 개봉된 수작 영화들을 몇 편 소개한다.(구입가격은 2019년 7월 10일 기준)

영화
영화 '그린북'

'그린북'(2018)은 올해 1월 국내 개봉해 2월에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인종차별이 심하던 1962년. 입담과 덩치로 먹고 사는 이탈리아 이민 남자가 교양과 우아함을 갖춘 흑인 피아니스트의 미국 남부 투어에 로드 매니저로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다. 흑인 인종차별을 뛰어넘은 감동적인 우정을 그린 영화로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음악과 유머 등이 어우러져 감동과 함께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2천500원.

영화
영화 '미스터 스마일'

'미스터 스마일'(2018)은 올해 83세인 로버트 레드포드의 아름다운 미소와 그윽한 눈빛을 볼 수 있는 영화다.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마지막으로 출연한 작품으로 품위 있게 은행을 터는 늙은 강도역을 맡았다.

평생 16번을 탈옥하고, 은행에서도 총 한방 쏘지 않고, 다치는 사람 하나 없이 돈을 강탈해간 은행털이 신사 포레스트 터커의 실화를 그렸다. 불행하고, 불우한 삶이지만 늘 미소를 잃지 않는 그를 통해 세상사는 여유를 찾아볼 수 있게 하는 영화다. 1천300원.

'더 와이프'(2017)는 2월 27일 국내 개봉했다. 명배우 글렌 클로즈가 올해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글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던 여대생 조안은 교수였던 조셉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글쓰기를 포기하고 남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세월이 흘러 남편은 최고의 작가가 된다.

1992년 남편은 작가로서 최고의 영예인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녀의 헌신적인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그러나 둘만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2003년 출간된 메그 울리처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그늘을 선택한 한 여성의 슬픈 삶이 가슴을 짓누르는 영화다. 2천500원.

영화
영화 '라스트 미션'

'라스트 미션'(2018)은 클린트 이스트우드(90)가 마약 배달원으로 나오는 영화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서 마약을 배달했던 87세의 레오 샤프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가족을 내팽개치고 원예사로 성공하지만 결국은 파산하고 갈 곳마저 없어진 얼 스톤. 우연하게 배달 일을 맡는데 알고 보니 마약이다. 범죄지만 가족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 돈이 절실했던 그는 그 미션을 계속한다. 뒤늦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한 남자의 회한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시니컬한 표정에서 잘 묻어난다. 5천원.

영화
영화 '러브리스'

'러브리스'(2017)는 2017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4월에 개봉했다. '리턴'(2003)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리바이어던'(2014)으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러시아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신작이다.

13살 아들이 실종된 후 사랑이 사라진 차갑고 냉혹한 부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황량하게 내리는 눈, 앙상한 나뭇가지, 스산한 바람. 그 어떤 따스함도 없는 서늘한 현실을 무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4천500원.

영화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

'나의 작은 시인에게'(2018)는 이스라엘 나다브 라피드 감독의 '시인 요아브'(2014)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영화다. 시인이 되고 싶은 유치원 교사가 5살의 천재 시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욕망과 시기, 집착을 그린 영화다. 아이의 천재성을 살리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잘 묘사하고 있다. 안타까움과 함께 연민도 느껴지는 영화로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4천500원.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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