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미강의 생각의 숲] 닭의 오덕(五德)

권미강 작가
권미강 작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거나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켜 흔히들 '닭대가리'라고 한다. 이 놀림의 기저에는 그 사람을 깔보거나 얕잡아보는 감정이 담겨있다. 사람들은 좀 모자란다 생각하면 비슷한 동물에 비유하며 놀림감으로 삼곤 한다. 어르신들 말대로 참 버릇없는 짓이다. 사람의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그 잣대를 들이대니 동물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막힌 일일까 싶다. '닭대가리'라는 말로 예를 들어보자. 과연 사람이 닭보다 나을까?

닭은 세계 어디에서나 가장 빨리 눈을 뜨고 목소리로 아침을 알려준다. 참 부지런한 천성을 가졌다. 또 닭은 먹어야 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충분히 헤아리며 배를 채운다. 배가 부르면 다른 닭의 모이를 빼앗지 않는다. 닭뿐 아니라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다. 그저 자기가 먹을 만큼만 먹는다. 알을 낳으라고 다그치지 않아도 매일 알을 낳는다. 닭에게 알은 일종의 생산이다. 사람들은 닭에게서 얻은 달걀로 다양한 요리를 한다. 달걀은 많은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 완전식품으로도 불린다. 주인이 달걀을 가져갈 때 닭은 주인을 알아보고 절대 쪼지 않는다. 주인의 품을 아는 것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닭장과 주인을 알아보고 절대 다른 닭장을 넘보지 않는다. 닭에게도 온화, 양순, 공손, 검소, 겸양의 오덕(五德)이 있는 것이다. 하물며 사람이 닭만도 못하면 '닭대가리'라는 말도 아까운 거다.

최근 그런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시대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관습에 빠진 사람들. 여전히 자기주장만 옳은 거라며 우겨대는 사람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악취 나는 말만 뱉어내는 사람들. 그들이 하는 말들은 닭똥보다 더한 냄새를 풍기며 세상을 역하게 만든다. 그런 막말들은 국민들에게 정치혐오를 주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50g의 완전식품을 생산하는 닭의 반이라도 닮아볼 것을 감히 권한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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