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을 샅샅이 들여다봅니다."
탐정? 숨겨진 일이나 사건 따위를 추적해 알아내는 이를 말한다. 꼬인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셜록 홈즈는 아니다. 하지만 경북 상주 곳곳을 살피고 조사하는 열정만큼은 그 못지 않다. 상주여자중학교 학생들이 모인 '상주 마을 탐정단(이하 마을 탐정단)' 얘기다.
마을 탐정단은 상주시의 청소년 도시 재생 프로그램 덕분에 탄생했다. 상주여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사회를 살펴보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소개 잡지를 발간하는 게 목적이다. 지난 4월 출범했는데, 활동 결과를 모아 10월쯤 잡지를 펴낼 예정이다. 15명의 여중생이 마을 탐정이 돼 지역 곳곳을 누비고 있다.
마을 탐정단 학생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어르신뿐 아니라 고양이와 함께 손님을 맞는 미용실 아주머니,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카페의 젊은 사장님 등이 여중생들과 만났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개개인의 이야기 속에 담긴 상주의 역사, 볼거리와 먹거리 등 상주가 가진 자원을 다양하게 살필 수 있었다.

마을 탐정단을 운영하는 건 도시 재생 프로그램 중 하나다. 도시 재생은 말그대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살린다는 의미. 마을 탐정단 청소년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다양한 시각을 담기 위해서다. 그것을 넘어 교육적 효과도 크다. 학생들은 다양한 이들을 만나며 이해하고 소통, 정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것 자체가 공부다.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는 것은 덤이다.
마을 탐정이 된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효과도 실감할 수 있다. 안혜진(1학년) 양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상주의 옛모습에 대해 들으니 상주가 새롭게 느껴졌다"며 "내 손으로 잡지를 만들어 상주를 소개하게 된다니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이수현(2학년) 양은 "상주 사람이지만 이 활동 덕분에 상주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다는 걸 알게 됐다. 고양이와 같이 하는 미용실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며 "지금은 '상주 박사'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사람들이 상주에 대해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사들도 학생들의 변화가 반갑다. 상주여중 남인화 교사는 "평소 말이 없고 수동적이던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성장하고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줘 기쁘다"며 "어른들을 만나 주도적으로 인터뷰하는 모습, 거리 지도를 그리고 주변을 탐방하는 걸 보면서 상주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많이 생겨나는 걸 느낀다"고 했다.
마을 탐정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상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다. 이곳은 하반기에 상주 우석여고 학생들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상주의 역사와 지역 특색을 조사해 지역과 마을에서 즐기는 청소년 놀이 문화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강경호 상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마을 탐정단 프로그램은 10월 중순까지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잡지로 엮어낼 것"이라며 "이외에도 지역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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