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버지가 '울릉도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탓에 군에서 불명예 전역을 당한 베트남 참전용사 서동윤(72) 씨(매일신문 2018년 11월 16일 자 6면)에게 국가가 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1심 법원은 이미 청구 시효가 소멸됐다는 이유로 서 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이번 사건이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와 조작으로 빚어진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제8-2민사부(부장판사 김대규)는 서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성실하게 군 복무를 하다가 국가 공무원들의 반인권적·조직적 불법 행위로 야기된 작은아버지 사건으로 강제 전역을 당한 점, 그로 인해 원고가 천직으로 여기던 군인으로서의 명예가 실추되고 40년간 간첩 가족이라는 사회적 편견으로 고통받아온 점을 고려하면 국가가 서 씨에게 5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베트남 파병용사인 서 씨는 특전사에서 근무한 지 3년째인 지난 1976년 갑작스럽게 현역 복무 부적격자 판정을 받고 강제 전역당했다.
뒤늦게 알게 된 그의 강제 전역 사유는 '울릉도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작은아버지 때문이었다. 울릉도 간첩단 사건은 지난 1974년 당시 중앙정보부가 울릉도 등지에서 거점을 두고 간첩 활동을 하거나 이를 도왔다며 전국에서 47명을 검거한 공안 조작 사건이다.
오랜 기간 간첩가족이라는 연좌제의 굴레에서 시달린 서 씨는 지난 2015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이 고문 등 가혹행위로 조작된 점이 밝혀져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후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1년간 이어진 항소심 재판을 통해 40년 만에 피해를 인정받은 서 씨는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검찰이 상고할 경우 대법원 판단을 한 번 더 받아야 하기 때문.
서 씨는 "그동안 참아왔던 피해를 보상받게 돼 몹시 좋지만 검찰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있다"고 했다.
서 씨의 억울한 사연은 1심 소송에서 패소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매일신문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진 뒤 사연을 접한 지역의 특전사 출신 법조인인 조정 변호사가 나서 결국 국가의 책임과 잘못을 공식 확인받았다.
조 변호사는 "공안 조작 사건과 연좌제로 인한 폐습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며 "국가의 잘못을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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