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일 해법 내놓지도, 듣지도 않은 재계 간담회는 왜 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 보복 대응책 마련을 위해 30대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모아 간담회를 가졌으나 기업인들을 왜 불렀는지 의아하다. 지금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즉각적인 대책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제시한 해법은 '수입선 다변화' '부품 소재 국산화' 등 일본의 경제 보복 발표 이후 문재인 정부가 지겹게 되풀이해 온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것들이었다. 문 대통령의 현실 감각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미스 매칭'이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장기 대책도 무대책이란 점이다.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된 고순도 불화수소의 국내 자립 생산을 위한 규제 완화 의견을 제시했다. 불화수소는 구미 불산 누출 사고 등으로 화학물질관리법이 강화되면서 국내 자립이 막힌 상태다. 이에 대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신규 물질은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까다로운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R&D(연구개발)밖에 없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규제가 풀려야 한다는 취지의 제안을 한 데 대해서도 이 장관은 "여러 가지 이슈가 있어 힘들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이를 포함해 기업인들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안을 했지만, 정부의 답변은 여일(如一)하게 '힘들다'였다고 한다. 이럴거면 무엇하러 기업인들을 불러 모았나.

장기 대책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규제를 완화하고, 자금이 몰리도록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등 정부가 전폭적으로 기업을 밀어줘도 '장기 플랜'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처럼 기업들의 제안에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힘들다'고 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무능하고 무책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서민경제를 파탄 내더니 이젠 외교 무능으로 우리 경제의 기간산업마저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게다가 이를 막을 정부 차원의 '장기 대책'도 없다. 이게 문 정부의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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