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과 정부·여당 대처가 어처구니없는 것 아닌가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이 한국 정부의 정치·외교 실패 때문이란 지적에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라며 발끈했다. 그는 "일각에서 정부 노력을 폄훼하고 우리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여 유감"이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주관한 세미나에서 '정치·외교 실패가 원인' '보여주기식 대응' 등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소개됐다"고 날을 세웠다.

여당 정책위의장이 격앙한 것은 한국경제연구원의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세미나에서 나온 발언 때문이다. 한 참석자는 "정치·외교적인 실패로 발생한 문제를 통상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해결 의지가 약하다는 의미"라며 "맞대응 확전 전략은 보여주기식 대응에 지나지 않으며 한·일 정상회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궁지에 몰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편들려는 여당 정책위의장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이 강제징용자 배상을 둘러싼 한·일 정부 간 갈등에서 빚어진 정치·외교 문제란 것은 국민 대다수가 아는 사실이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한 데엔 일본 정부 못지않게 대화·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고 방치한 대통령과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또한 일본의 경제 보복이 반 년 전부터 예상됐는데도 정부는 대책 마련은커녕 사전 파악조차 못 했다. 보복 조치 후에도 우왕좌왕하다 수입선 다변화, 소재·부품 국산화 등 공허한 대책을 늘어놓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허술한 대처에 오히려 국민이 어처구니없어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총수와의 간담회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쳤다. 청와대는 간담회에 일본 재계와 대화 채널을 구축해온 전경련을 부르지 않아 민간 차원의 협력 기회마저 놓칠 것이란 지적을 자초했다. 민주당 '일본 경제 보복 대책 특위' 위원장은 "의병을 일으킬 만한 사안"이라며 반일 감정 자극 발언을 했다. 한국 경제의 목을 조여오는 일본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대처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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