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개장은 대구에서 태어난 음식이다. 그 뿌리를 찾아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잡지 "별건곤" 제24호(1929년 12월 1일자)에 '대구의 자랑 대구의 대구탕반'이란 제목으로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대구탕반(大邱湯飯 )은 본명이 육개장이다. 대체로 개고기를 한 별미로 보신의 재료로 좋아함이 일부 조선 사람의 공통점이지만, 특히 남도지방 시골에서는 사돈 양반이 오시면 개를 잡는다. 개장이 여간 큰 대접이 아니다. 이 개장 기호성과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정까지 살피고, 또 요사이 점점 개가 귀해지는 기미를 엿보아 생겨난 것이 곧 육개장이니, 얼른 말하자면 소고기를 개장처럼 만든 것이다.'
또한 조리 방법을 이렇게 적고 있다. '서 말 지기 가마솥에다 고기를 많이 넣고 곰국 끓이듯 푹 고아서 우러난 물로 국을 끓이는데, 고춧가루와 소기름을 많이 넣는다. 국물을 먼저 먹은 굵은 파가 둥실둥실 뜨고 기름이 둥둥 뜨는 곰국에다 삶은 고기를 손으로 알맞게 찢어 넣은 국수도 아니요 국밥도 아닌, 혓바닥이 데일만치 뜨겁고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시뻘건 장국을 대하고 앉으면, 우선 침이 꿀꺽 넘어가고 아무리 엄동설한에 언 얼굴이라도 저절로 풀리고 온 몸이 녹아서 근질근질해진다. 어쨌든 대구 육개장은 조선 사람의 특수한 구미를 맞추는 고춧가루와 개장을 본 뜨는데 본래의 특색이 있다.'
육개장을 '대구탕'이라고도 하였다. 개를 대신한 소고깃국이란 뜻으로 '대구탕(代狗湯)'이라 불렀다는 설, 특히 대구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고 해서 '대구탕(大邱湯)'이란 두 가지 설이 있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대구탕을 대구의 향토 명물로 꼽았고, 소설가 김동리는 자신이 대구에서 먹었던 대구탕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이름의 비슷한 음식이 여럿 생겼다. 이른바 따로국밥․선짓국․쇠고깃국․가마솥국밥 같은 것들인데, 육개장과의 차이점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얼핏 보면 같은 것 같지만 재료며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다.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들 음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따져봐야 하지만, 연구나 자료가 그리 많지 않다.

'따로국밥'은 6․25전쟁 피란시절의 인기 식단이었다. 그러나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이라서 밥과 국을 따로따로 담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은 상것들이나 먹는 음식이라며 흉을 보았다. 그러자 손님들에게 "뭐 먹을랑교" 하며 물었고, "따로"라고 하면 밥과 국을 따로따로 담아낸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더러는 국말이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하였다.
대구의 오래된 별미인 육개장. 지금도 옛날 양반집에서 끓여 내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전문음식점이 있다. 소고기․대파․무를 넣고 곰국 끓이듯 푹 고아서 우려낸 달착지근한 국물이 감칠맛 나게 한다. 그래서인지 골목 안에 자리 잡은 허름한 집인데도 경향 각지에서 찾아온다.
김종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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