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를 둘러싼 한일간 갈등도 불거졌다. 이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등 '지뢰밭과 같은 투자환경'이 됐다. 앞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자동차와 유통, 철강 등 여러 업종으로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와 기회를 따져 현명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경제성장률 하락 우려
지난달 30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 업체에 대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수출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가 새로운 경제 갈등을 떠올랐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번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일본에 규제 철회를 요구했지만, 일본은 묵묵부답이다.
이달 18일이 분기점으로 떠올랐다. 일본은 지난달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기초로 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한국에 요구했고, 답변 시한이 18일인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일본의 추가 규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협상도 악재로 남아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벌였지만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서로 관세 폭탄을 매기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협상이 재개됐지만 결렬될 여지가 남아있어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무엇보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춰 전망하는 움직임이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9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8%로 낮췄다. 한일 무역마찰이 이미 반도체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의 수출을 규제함에 따라 공급 제약과 생산비용 상승을 가져올 수 있어서다.
KB증권도 12일 한일 무역갈등이 심화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KB증권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올해 3분기에만 적용되는 경우와 올해 4분기까지 지속되는 경우, 내년 말까지 이어지는 경우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분석했다. 그 결과 수출 부진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 폭은 0.19~0.74%포인트로 나타났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로 한국의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의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고 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앞으로 예측은
한일 무역갈등으로 국내 증시 전망이 어둡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하면 코스피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규제가 유지되면 코스피는 1,900~2,130선에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기준 일본계 국내 자금 유입 규모는 611억 달러로 전체 외국계 자금의 8.1% 수준이어서 일본계 자금 이탈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항공과 반도체, 디스플레이"라며 "항공업종은 일본 노선의 매출 비중이 11~26% 수준으로 가장 커 일본여행 수요 감소에 따른 타격이 예상되고, 반도체는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들의 국산품 대체가 어려워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추가하면 자동차와 음식료, 유통업종으로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는 수소차에 필요한 화학소재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음식료와 유통업종은 롯데 계열사와 일본기업의 합작법인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낙관적인 시선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수출규제에도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또 낸드플래시 업황이 살아나면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규제로 일부 생산 차질이 있더라도 장기화 가능성은 미미하다"며 "낸드플래시 업황도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기저효과, 일본 도시바 메모리 공장 정전사태에 따른 공급 감소로 인해 3분기부터 회복세가 완연하다"고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산화 요구가 커지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도 있다. 특히 이번 갈등을 계기로 디스플레이 패널업체들의 소재 국산화 요구가 발생해 관련 업체의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공정용 소재뿐 아니라 중간소재(부품)까지도 국산화 요구가 확대되면 국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수 있다.
철강은 일본 수입품에 대한 대체 수요가 생겨 부분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 특히 포스코 실적에 반영되는 포스코케미칼의 이차전지 극재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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