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비의 공간 사원] <5·끝> 보존관리 및 활용방안

도산서원 앞에서 가진 기념행사에 참여한 이근필 퇴계 종손과 권영세 안동시장 등이 국내외 관광객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안동시 제공
도산서원 앞에서 가진 기념행사에 참여한 이근필 퇴계 종손과 권영세 안동시장 등이 국내외 관광객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안동시 제공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의에서 '한국의 서원' 등재 결정을 발표하면서 세계유산 등재 이후의 보존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체 유산과 각 구성유산의 진정성 및 완전성, 보존관리계획 등에 대해 충분한 요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추가 이행과제로 등재 이후 9개 서원에 대한 통합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관광상품·체험 프로그램 개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 9곳 가운데 2곳의 서원을 보유한 안동시는 보존관리 방안 마련과 서원 홍보, 활용 방안 모색에 발 벗고 나섰다.

안동시는 등재 발표 다음 날인 7일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에서 방문객들에게 기념품을 제공하고 입장료를 면제하는 등 등재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기념행사를 가졌다.

앞으로 2곳의 서원에서는 서원의 세계유산 등재를 조상님께 알리는 '고유'(告由) 의식을 가질 예정이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특별전을 개최한다.

특히 세계기록유산 유교책판과 한국의 편액 등을 활용한 특별전을 통해 세계유산도시로서 안동시의 위상을 정립하고 양 서원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조명함으로써 안동의 문화적 역량을 홍보할 예정이다.

또 2013년 문화재청으로부터 승인받았던 양 서원의 종합정비계획에 따라 서원 진입로, 식재, 편의시설, 탐방로, 안내판 등 주변시설을 점차 정비할 방침이다.

그동안 수많은 논의가 있었던 병산서원의 진입로를 정비하고 협소한 주차장도 추가 조성한다. 뿐만 아니라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의 관광안내판과 도로 표지판도 정비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전국 사진 촬영대회, 백일장 대회, UCC 공모전 등 서원을 보존하면서도 홍보 파급 효과가 큰 사업은 문화재청에서 시행하는 '2020년 세계유산 활용 공모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하회마을과 봉정사, 도산서원·병산서원, 유교책판 등 4개 세계유산의 통합·체계적 활용 방안도 마련한다.

'세계유산 활용 방안 용역'을 시행해 세계유산을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 유산별 활용 체험프로그램 발굴, 세계유산 활용 관광객 유입 방안 등도 추진한다.

안동시는 문화재청과 서원 관련 지자체와 함께 서원 통합관리 전담기구를 구성하고 서원 통합사업 협의 등 연속유산으로서 보존관리를 위한 과제를 함께 풀어간다는 방침이다.

정길태 안동시 문화유산과장은 "다른 세계유산과의 연계 활용 방안을 마련해 세계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사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 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도산.병산서원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자 참여했던 서원 별유사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엄재진 기자
지난 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도산.병산서원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자 참여했던 서원 별유사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엄재진 기자

◆교육의 장으로 활용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은 제향과 교육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지어진 건물로 각각의 공간에 맞는 의미가 부여돼 있다.

따라서 서원 건물을 활용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공간이 갖고 있는 의미를 담은 활용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각 서원에서는 의례 교육과 전통 예절 교육, 답사와 체험 등 프로그램을 통해 서원에 담긴 인물과 철학, 사상, 건축과 역사성 등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도산서원 경우 '퇴계학'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전국규모 퇴계문학회 개최, 퇴계학 문화교류, 청소년과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21C 도산별시, 도산서원 문화축제, 도산서원 퀴즈 대회, 사생 및 스케치대회, 도산서원 체험 등이 제안됐다.

또, 퇴계선생님과 함께 걷기를 통해 서원문화 유적담사 체험코스를 개발하고, 서원 스테이를 통해 서원의 참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병산서원 경우도 서원 향사 체험, 주변 학교와 연계한 한글백일장, 서애 선생의 바둑일화를 활용한 바둑대회, 만대루를 활용한 시조 및 음악 공연, 서애 학술세미나,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잇는 선비길 활성화 등이 거론됐다.

앞서 지난 3월 자유한국당 정종섭 국회의원은 대구향교 대강당에서 '향교·서원 활성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향교와 서원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을 강화하는 제정법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진재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팀장은 "살아있는 문화유산인 향교와 서원이 과거 유적지 혹은 역사의 잔존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며 "당시의 지성사와 유·무형 자산이 남아있는 만큼 현대 교육과 소통할 수 있는 전통교육의 장으로 육성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등재는 보존관리 위한 출발

한국의 서원은 등재와 동시에 보존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이상해 성균관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법적인 보호를 받는 관리단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각 지자체가 예산을 모아 출자법인을 만드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서원은 자연 속에 들어선 독특한 입지로 인해 건축물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도 잘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등재 이후 "서원을 둘러싼 자연환경이 명승으로, 고유한 자연관을 보여준다는 점이 평가받았다"며 세계유산 완충지대 보존 필요성을 시사했다.

서원은 지난해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과 달리 거주 공간은 아니다. 또 선현에 대한 제향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만, 강학이라는 고유한 기능은 명맥이 끊긴 곳이 적지 않다.

문화재청은 한국의 서원뿐만 아니라 각지에 있는 향교·서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지원하지만, 일회성 행사가 많은 편이다.

진성수 전북대 철학과 교수는 2016년 발표한 서원 활용 방안에 관한 논문에서 "서원은 본래 지방 역사와 문화를 담보하는 문화발전소 역할을 했다"며 "방문객 눈높이에 맞는 해설과 교육 행사를 제공하는 박물관이나 전시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예절교육이나 한국 전통문화 이해라는 주제에서 탈피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파격적인 기획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예산을 한 번에 투입하는 대규모 축제는 지양하고, 지속적인 체험 행사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영남대 역사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서원을 천편일률적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서원별 특성을 살려야 한다"며 "서원이 보유한 각종 기록유산이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는데, 이를 체계화하면 좋은 활용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안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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