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불공대천(不共戴天: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의 원수로 4대에 걸쳐 싸웠다. '손자'의 첫 편에 오월의 전쟁을 들어 병법을 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날, 두 나라를 사이에 두고 흐르는 강에서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함께 배를 타고(同舟) 강을 건너게 되었다. 서로 못 잡아먹어 살벌한 분위기였다. 배가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강풍이 불어 닥쳤다. 폭우가 쏟아지고 거센 물결이 배를 덮쳤다. 아이는 울고 노인은 넘어지고 배 안은 아수라장이다. 뱃사공이 돛을 펴려했으나 허사였다. 배가 뒤집힐 듯한 위기일발의 순간,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은 앞다투어 돛대에 달려들었다. 마치 오른손과 왼손처럼 척척 손발이 맞았다(如左右手). 비바람 속에서 배는 전복하지 않았고 모두 살았다. 뱃사공이 말했다. "오나라와 월나라가 오늘처럼 화목하게 지냈으면 얼마나 좋으랴!"
오월동주(吳越同舟)는 원수지간인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에 탔다는 말이다. 같은 배에 탔으면 사적인 감정은 버리고 살기 위해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큰 어려움 앞에서는 원수지간에도 힘을 합치는 것이 사는 방법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용병술에 아홉 가지 은밀한 지(地)가 있는데, 그 마지막이 사지(死地)이다. 사지에 이르면 병사들은 서로 의지하여 전력을 다해 싸운다. 죽음의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을 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월동주와 같은 말로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건너다는 뜻의 동주공제(同舟共濟)가 있다. 오랜 원한이 있는 사이라도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간다는 뜻으로 쓰인다. 일본의 경제 압력이 심각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힘겨운 시련이 될지 모른다. 잘잘못을 따지고만 있으면 다 죽는다. 여야나 진영에 관계없이 오월동주의 협력이 시점이다.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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