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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창의성] 8월의 나무: 산뽕나무

강판권(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강판권(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기초 복지는 왕도정치의 출발이다. 왕도정치는 최고의 정치 행위를 일컫는다. 왕도정치를 가장 먼저 주장한 사람은 중국 전국시대의 맹자였다. 맹자의 정치철학 중 핵심인 왕도정치가 갖는 중요성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의 정치 철학을 뒤집은 혁명성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가의 존재 이유를 구체적으로 지적한 점이다. 맹자의 왕도정치는 힘으로 정치하는 기존의 패도정치를 대신한 새로운 정치철학이다. 패도는 당시 대부분 정치가들이 주장한 정치철학이었다. 그러나 맹자는 힘이 아닌 인과 의를 통한 정치철학을 주장했다. 맹자의 주장은 당시 최고 통치자가 가야할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이다.

맹자는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백성들에게 기초 복지를 제공할 것을 주장했다. 맹자가 주장한 기초 복지는 나이 50세 정도의 노인이 추위에 견딜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중국 전국시대에 50세 노인이 추위에 견딜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단옷을 입는 것이었다. 당시 비단옷은 지배자나 입을 수 있었다. 맹자는 국가가 적어도 백성 중 노인이라도 비단옷을 입을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최고의 통치라 여겼다. 그래서 맹자는 국가가 백성이 경작하는 땅 중 5무(畝)의 터에 뽕나무 심기를 권장했다. 맹자의 왕도정치와 뽕나무 재배는 「맹자」의 첫 장 '맹자·양혜왕상'에 등장한다. 맹자의 왕도정치와 기초 복지 내용은 「맹자」의 핵심이자 맹자 사상의 골격이다. 「회남자」 '시칙' 8월의 나무는 산뽕나무다. 「회남자」에서는 8월에 할 일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달에는 노인들을 봉양한다. 노인들에게 안석과 지팡이를 내려주고, 죽과 마시고 먹을 것을 나눠준다. 태재(太宰)와 태축(太祝)에게 명하여 제사에 쓸 짐승들의 상태를 살피게 한다. 그들이 풀을 먹고 자랐는지, 곡식을 먹고 자랐는지 살피게 하고, 살이 쪘는지 말랐는지, 그리고 결함이 없는지를 관찰하게 하며, 색깔을 살피고 품종을 고려하게 하고, 큰지 작은지를 헤아리고 어린 것인지 늙은 것인지 등을 살피게 한다. 그리하여 어느 것 하나 법도에 어긋나지 않도록 한다. 그런 다음 천자는 이들 희생을 바쳐서 푸닥거리를 하고 가을의 기운을 제어한다.

뽕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산뽕나무의 한자는 '자'(柘) 혹은 '산상'(山桑)이다. 흔히 뽕나무의 한자로 사용하는 '상'(桑)은 집뽕나무를 의미하는 '가상'(家桑)이라 부른다. 집뽕나무는 야생뽕나무인 산뽕나무를 개량한 나무다. 뽕나무는 중국의 경우 은나라 시대 누에로 만든 옥이 등장할 만큼 오랜 재배 역사를 갖고 있다.

산뽕나무는 집뽕나무와 더불어 중국 역사는 물론 한국 및 일본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뽕나무는 중국 최초의 시가집이자 식물백과사전인 「시경」에 등장할 뿐 아니라 중국 중세시대 경제제도의 핵심인 균전제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북위에서 당나라까지 정부에서는 농가에 의무적으로 뽕나무를 심도록 했기 때문이다. 중국 중세시대의 이 같은 정책은 뽕나무가 비단을 만드는 원료였을 뿐 아니라 비단이 일종의 화폐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태종실록」을 비롯한 「조선왕조실록」에서 자주 보듯이 산뽕나무와 뽕나무와 관련한 기사가 아주 많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뽕나무가 왕조의 통치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뽕나무와 누에, 즉 상잠을 강조한 것은 통치의 근본이었기 때문이다. 산뽕나무는 뽕나무와 더불어 늦여름의 개화(改火) 나무이기도 했다. 개화는 중국의 「주례」(周禮)에 "사철에 나라의 불(國火)을 변하게 하여 때마다 발생하는 질병인 시질(時疾)을 구제한다"는 논리에 따라 계절마다 나무를 바꿔 불씨를 사용하는 제도였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의 풍속을 계승했다. 산뽕나무를 늦여름, 즉 음력 6월에 사용하는 것은 이때가 흙의 기운이 강하기 때문이다. 흙의 색깔은 황색이다. 그래서 줄기가 황색을 띠는 산뽕나무와 뽕나무를 개화에 사용했다.

산뽕나무에서 보듯이 한 그루의 나무는 기초 복지의 재료로 사용할 만큼 중요하다. 산뽕나무를 비롯한 나무는 시대를 초월한 복지의 기초다. 산림복지는 다른 복지와 달리 모든 국민들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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