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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공공의 적 소금, 먹어도 될까?

음식의 맛을 내는 조미료이자,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소금.하지만 소금을 많이 먹으면, 몸속 체액이 늘고 혈압이 높아진다.
음식의 맛을 내는 조미료이자,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소금.하지만 소금을 많이 먹으면, 몸속 체액이 늘고 혈압이 높아진다.

된장찌개는 참 맛있다.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한 술 떠서 입에 넣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혀의 미각세포가 짠맛을 감지하고 그 행복감의 신호를 뇌로 보낸다. 그렇다. 우리는 짭짤하게 간이 잘 되어있는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며 그 짠맛을 갈구한다.

그런데 건강을 생각해서는 싱겁게 먹으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리고 가끔은 소금이 무슨 병을 일으킨다는 무서운 이야기도 있고 보통 소금이 아닌 뭔가 특별한 소금이 건강에 좋다는 말도 들려온다. 옛날에는 소금이 귀해서 백색황금이라 불렸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되어 백색공포라고까지 불리는 소금. 그 소금을 둘러싼 논란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치매의 주범이 소금?

어느 소금장수가 소금이 치매 예방에 좋다고 광고했다가 단속에 걸려서 재판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소금장수 이모씨가 외국 의학박사의 책을 인용해서 소금이 치매 예방, 혈압조절, 당뇨 합병증 감소에 좋다고 광고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 광고가 식품위생법 위반에 해당된다며 기소 당하여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이씨는 억울하다며 항소했다. 대법원에서는 최종 무죄라고 2015년에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식품위생법이 식품효능 전부에 대한 광고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씨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있은 지 3년 후에 소금이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 코넬 의과대학의 아이데콜라 박사 연구팀은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이 16배나 많이 든 음식을 8주 동안 쥐에게 먹였다. 그 결과 정상 쥐보다 기억력과 관련된 뇌 부위의 혈류량이 23%나 줄었다.

혈류량이 줄었다는 것은 인지 기능이 손상된 치매 증상과 비슷한 것이라고 연구원들은 설명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쥐에게 고염식이 아닌 보통 음식을 다시 먹이자 혈류량과 인지기능이 다시 좋아졌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가 2018년에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학술지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결과를 보고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소금을 좀 더 많이 먹으면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지 소금을 좀 더 많이 먹어서 치매가 발생했다고 할 정도로 치매의 발생 원인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에 섭취하는 소금 3g을 줄이면, 심혈관질환과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감소한다.
하루에 섭취하는 소금 3g을 줄이면, 심혈관질환과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감소한다.

◆고혈압과 심혈관질환에 관련된 소금

전 세계 성인 1만명을 대상으로 소금과 고혈압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가 영국의학저널에 1988년에 보고되었다. 하루 소금섭취 권장량보다 많은 6g 이상의 소금을 30년 동안 계속 먹은 사람은 수축기 혈압이 9 mmHg 정도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소금을 너무 많이 먹으면 혈압이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다른 연구에서 하루 소금섭취 권장량보다 적은 3g 미만으로 먹은 고혈압 환자는 19~37% 정도 심혈관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이 연구는 캐나다 맥매스터 의과대학 마르틴 오도넬 교수에 의해 2011년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결과는 소금을 너무 지나치게 적게 먹어도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 다른 연구에서 3천명 이상의 환자에게 하루 7 그램 이하의 소금을 먹도록 하고서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심장 관련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25% 낮아졌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이 수행하여 2007년에 결과를 발표했다.

위의 세 가지 연구를 종합해서 보면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의 경우에 소금을 너무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지나치게 적게 먹는 것은 해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하루 소금섭취 권장량 정도의 적당한 양의 소금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몸속 체액이 늘고 혈압이 높아진다. 호르몬계와 교감신경계도 영향을 받는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몸속 체액이 늘고 혈압이 높아진다. 호르몬계와 교감신경계도 영향을 받는다.

◆밥상 위의 백색공포

초등학생 의붓딸에게 강제로 소금을 많이 먹여 살해한 양모씨가 2012년에 구속되었다. 소금 세 숟가락을 넣은 밥을 의붓딸에게 오랫동안 강제로 먹여서 소금 중독으로 죽게 만든 사건이었다. 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구토와 설사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소금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음식에 이미 소금이 들어있다. 특히 김치, 국, 찌개와 같은 음식에 소금이 많이 들어있다. 이외에도 각종 반찬이나 어패류에도 소금이 들어있다. 그래서 사실 우리가 하루에 소금을 얼마나 많이 먹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많이 먹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로워서 밥상 위의 백색공포라고도 불리는 소금. 도대체 하루에 얼마 정도 먹으면 안전할까?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5g 정도의 소금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소금이 나트륨과 염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트륨 양으로는 2000mg이 하루 섭취 권장량이다.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하는 소금의 양이 9.7g으로 권장량의 2배나 된다고 하니 평소에 소금을 적게 먹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음식의 맛을 내기위해 소금을 첨가하고 있다.
인간은 음식의 맛을 내기위해 소금을 첨가하고 있다.

◆짭짤한 소금과의 전쟁

여러 나라에서 소금과의 전쟁을 선포해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바이킹의 후예들이 사는 핀란드는 1970년대부터 국가가 주도하여 소금 섭취량 줄이기 운동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30년 동안 국민이 섭취하는 소금의 양이 40%나 감소했다.

그러자 남성 심장병 사망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1972년에 358명에서 2012년에 89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여성 평균 혈압도 1972년에 고혈압 상태인 153/92 mmHg에서 2012년에 정상혈압인 127/79 mmHg로 떨어졌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짭짤한 미소된장과 염장음식을 즐겨 먹던 일본 아키타현의 변화도 놀랍다. 아키타현 지자체가 1976년부터 소금 섭취량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이 1969년에 20g에서 2011년에 11.1g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뇌졸중 사망률이 인구 10만명당 1960년대에 253명에서 2009년에 156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소금 섭취량을 줄이기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소금은 심장을 뛰게 하고 근육을 움직이도록 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세포가 건강하게 살아 움직이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소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 성분이다. 그렇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건강을 위해서는 적당한 양만큼 음식을 통해서 소금을 섭취하는 생활의 지혜를 가져야 한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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