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보(66) 농촌진흥청 강소농지원단 민간전문위원이 6년 전 공직을 퇴임했을 때, 최대 관심 사항은 온통 건강 뿐이었다. 1981년 영남대 축산과를 졸업하고,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32년이 넘도록 경북지역 축산농을 돌보고 지원하는 데 삶을 집중해 왔다. 정년퇴직을 앞두고도 구제역과 AI(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인해 한 해의 3분의 2 이상을 비상근무로 보냈다. 건강관리는 커녕 지친 심신을 동료들과 술로 달래다보니, 삶의 질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새로운 취미가 생기다= 퇴직 후 김 전문위원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퇴직자 등산모임 가입이었다. 건강도 챙기고 옛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매주 한차례 등산으로는 망기질 대로 망기진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이미 자식들은 다 성장했고, 부인이 아직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혼자서 알차게 시간 보낼 방안을 궁리해야 했다.
그래서 자전거를 한 대 구입했다. 거의 매일을 대구칠곡 팔달교 부근에서 고령 강정보까지 40km를 왕복했다. "너무 바쁘고 분주하게 살아서 그런지 혼자 자전거를 타는 것도 별로 무료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무한대의 시간적 여유를 누린 셈이지요."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취미가 하나 더해졌다. 아트페어가 열리는 대구 엑스코를 들렀다가, 서용선 작가의 서양화 그림 한 점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 그림에는 문외한이었는데 어쩐지 작품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제 대구문화예술회관, 수성아트피아, 봉산문화거리 등 다양한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감상하는 취미가 생겼다.
"한 달에 열 번 정도는 전시장을 찾은 것 같습니다. 대구 중심에서 점차 경주, 부산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었는데요. 구입한 작품도 40여 점에 이르게 됐습니다. 언제부턴가는 전시회 초대장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축산'은 내 삶의 일부!= 어느 듯 1년의 시간이 흘렀다. 몸은 현역 때보다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 몸이 건강해질수록 뭔가 아쉬움이 생겨났다. "뭔가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삶은 우연같은 필연으로 이어졌다. 후배로부터 '농업진흥청의 강소농 전문위원 사업'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정년퇴직 3년 뒤인 2016년의 일이다. 젊은 시절 평생을 해온 축산농 지원업무이지만, 감회는 전혀 달랐다.
"솔직히 현역 때에는 생계를 위해, 또 의무적으로 하기 싫어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일이 즐겁고 신납니다. 경북축산 발전을 위해 지금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한 자부심과 긍지가 저절로 생겨납니다."
▶일과 보람, 여유= 기쁨과 보람으로 즐겁게 하는 일은 성과도 남다르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김 전문위원은 축산분야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상주의 한우농가를 들렀을 때, 부인이 버섯장사를 하는데 부산물이 상당히 많이 나와 처치곤란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대량으로 무상 확보할 수 있는 버섯 부산물을 사료로 만들어 비용을 절감하고, 한우의 품질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버섯 부산물에는 셀레늄이라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거든요."
김 전문위원의 컨설팅을 받은 한우농가는 사료비와 인건비 등 연간 4천500만원의 비용절감 효과와 더불어 '셀레늄 함유 기능성 고품질 브랜드 한우'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금도 김 전문위원의 경륜이 담긴 조언은 한우, 돼지, 염소, 닭, 꿀벌 등 경북지역 축산농가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김 전문위원은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지만, 경북지역 축산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현장으로 달려간다"고 말했다.
김 전문위원은 또 "때가 되면 취미로 수집을 시작한 미술작품들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조그마한 갤러리를 여는 소중한 꿈을 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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