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게시판에 온몸에 화상을 입고 버려진 강아지 미오와 쇠파이프로 맞은 어미 고양이 학대범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주에는 국내 3대 개고기 시장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구 칠성시장에서 개식용 반대 거리행진이 있었는데 집회 참가자들은 일부 상인들에게 위협을 받기도 했다.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현시점에 동물 학대와 개 식용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FBI는 연쇄살인범처럼 반사회적 중범죄를 예방하고자 주정부에 동물 학대 사건을 세세하게 보고하도록 조치하였고, 국민들에게 동물 학대는 중범죄라고 공표하였다. FBI는 동물 학대 행위가 잦을수록 죄의식이 둔감해지며 반사회적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우리나라의 동물학대범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부산에서 발생한 오선이(레트리버) 사례를 들어보자. 집 앞을 배회 중이던 오선이를 구슬려 구포시장 탕제원에 팔아넘긴 사건이었다. CCTV 추적을 통해 범인은 검거되었지만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 범인이 사실을 자백하지 않아 조사 당일 오선이는 탕제원에서 살해당하고 말았다. 범인은 재물손괴에 따른 집행유예를 처분 받았을 뿐이다.
국내에도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지만 처벌은 왜 이렇게 경미할까? 환경부의 야생동물보호 정책과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려동물 학대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비교해보자.
환경부는 야생동물을 생태 보호 차원에서 포획과 섭식을 엄격히 금지시켰고, 대국민 홍보를 통해 야생동물 보호는 국민의 당연한 도리라고 이해시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의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을 만들었지만 식용견 등의 예외 조항을 명시하였다. 그 결과 심각한 동물 학대 행위에도 불구하고 경미한 처벌을 받은 판례들이 보도되며 오히려 동물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조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이중적인 잣대는 국민들 간에 개 식용 논쟁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내법에는 개를 가축으로 분류하지만 먹거리 축산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가축이란 가정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길러지는 동물을 정의하며, 축산물이란 육류 식품을 목적으로 동물을 사육하고 도축하여 소비자에게 위생적으로 공급되는 고기를 의미한다.
개고기는 법적으로 국민에게 유통되어서는 안 되는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육견협회를 공적 단체로 인정하고 사육 기준을 마련하여 육견 사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어찌 보면 개 사육농가 역시 정부의 오판으로 인한 희생양이라 볼 수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개 사육을 권장하였다면 정부에 이를 배상할 책임이 주어질 수 있다.
2019년 7월 12일, 부산의 구포시장 개고기 판매업 상인들은 동물보호단체와 지자체와 협의하여 개고기 판매를 중단하고 전업을 선언하였다. 정부가 시대 조류를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대응한다면 국민 간의 갈등을 더 빨리 봉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과거의 관습이 전통이 되기 위해서는 세대를 아우르는 소중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는 우리 선조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며 세대를 아우르는 정의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 학대와 개 식용 논쟁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일관성 있는 반려동물 보호 정책을 마련해주시기 바란다. 축산물 식품 행정에 익숙한 시각으로 반려동물 정책을 결정하는 우를 범하지 말길 간절히 소망한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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