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돌아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어려움에 처한 서민을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홍우표(68) 미소금융경주법인 이사장은 과거 '잘 나가는' 은행원이었다. 1977년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대구은행에 입사해 30년을 은행원으로 살았다. 주요 보직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능력을 인정받아 부행장까지 올랐다. 2007년 퇴직 후 4년간 대구은행 자회사 대표를 지내다 2010년 12월 미소금융경주법인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미소금융경주법인은 금융위원회 산하 서민금융진흥원(옛 미소금융중앙재단) 소속 서민금융기관이다. 저소득·저신용자나 영세사업자에게 무담보·무보증으로 창업자금이나 운영자금을 저금리로 지원해 자립을 돕는 역할을 한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출범 이듬해인 2010년 경주에 미소금융법인을 설립해 운영할 대표를 공모했는데 여기에 지원한 게 인연이 됐습니다. 평생을 금융기관에 몸담았기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였고, 나고 자란 고향에서 서민을 위해 일한다면 참 보람되겠다고 생각했죠."
이곳 직원은 홍 이사장을 포함해 3명이 전부지만 모두 베테랑 은행원 출신이다. 최훈철 부장은 미소금융경주법인 창립멤버로 대구은행 지점장 출신이다. 박재락 부장은 경주농협 지점장을 지냈다.
이들은 빚에 대한 고민이나 사업자금이 없어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적합한 서민금융상품을 소개해주고 문제 해결을 돕는다. 상담을 통해 방문객에게 경영컨설팅을 해주거나 다시는 빚을 지지 않도록 자산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경주법인은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 산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역할도 맡고 있다. 센터는 신용회복위원회와 자산관리공사 등 서민금융 관련 기관들이 공동으로 채무조정과 개인워크아웃, 그리고 고금리 대환과 대출보증 등 서비스를 한 곳에서 통합적으로 지원한다.
경력에 비해 이들이 받는 보수는 초라하다. 홍 대표와 2명의 직원은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재능기부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보람도 큽니다."
지난 9년간 미소금융경주법인을 통해 대출을 지원받은 이들은 모두 1천300명 정도다. 생각하기에 따라 많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곳을 방문해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은 이들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많다.
홍 이사장은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한 좋은 제도가 있지만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매달 홍보용 우편물을 보내고 시장에서 안내 전단지를 돌리기도 하지만 3명이서 해내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경주시를 비롯한 관계기관이 좀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동참해 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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