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개발공사가 경북도청 신도시 내 한옥마을 '환매'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3년 전 일반분양한 전통한옥단지 69개 필지 중 64곳에서 아직 건축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7월 경북개발공사는 '도청 신도시에 명품 한옥마을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로 1단계 신도시 사업부지 한쪽에 한옥마을 부지 73필지를 만들어 69필지를 민간에 일반분양했다. 당시 78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 속에 3.3㎡당 110만~120만원가량에 모두 분양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분양된 지 3년이 되도록 73필지 중 견본주택 3채와 민간 5채 등 8채만 들어서 있을 뿐 나머지는 잡초만 무성한 공터로 남았다. 추첨제로 분양한 탓에 투기 목적의 지원자가 많았던 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한옥 건축비 급등으로 한옥주택 건축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경북개발공사는 분양 당시 투기 차단과 조속한 한옥마을 조성을 위해 계약한 시점부터 3년 이내(지난 13일까지)에 착공하지 않으면 필지를 되사올 수 있는 환매 조항을 특약에 넣어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환매특약이 경북개발공사 처지에서는 금전적 손해일 뿐만 아니라 사유재산권 침해 등 법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 독소 조항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환매를 추진할 때 민법 제590조 제1항에 따라 당초 매매대금은 물론 법정이자(전체 매매대금의 2~3%)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환매특약은 사유 재산 침해 요소가 많아 이미 사문화된 지 오래다.
최근 경북도가 해당 부지를 환매해 독자적으로 한옥주택을 지어 일괄 분양하겠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마저도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이미 많은 필지가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등기이전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당초 매매금액과 이자를 보상하더라도 그 차액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러면 그 기간에 개발이 지연되고 소송비용까지 발생해 금전적·시간적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 내용은 두 가지 정도로 추려진다.
가장 가능성이 큰 방안은 현재 전통한옥만 지을 수 있는 한옥마을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개량한옥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붕과 담장 등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부분에 대한 건축 기준을 완화해 미관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한도에서 건축비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또 경북도가 지원하는 전통한옥 건축지원금에 대한 기준도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방안은 분양자들이 요구해 온 한옥마을단지 내 상업시설 운영이다. 전주 한옥마을처럼 한옥단지 내에 상업시설을 유치해 경제성과 랜드마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다. 다만 이럴 경우 한옥마을 내에서 운영할 수 있는 사업 종류를 제한할 필요는 있다. 신도시 조성 당시 이미 수요를 분석한 후 적정 상가 필지가 설계됐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가를 운영하면 과공급 현상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한옥단지 내에서는 지역 내 특산물 판매장이나 각종 체험시설 등 기존 상권과 겹치지 않는 상가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북도와 경북개발공사, 분양자들은 서로 한발씩 양보해 지금이라도 빠른 한옥마을 조성으로 '윈-윈'하는 전략을 재수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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