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정수기 등 가정용 전자제품 광고를 보면 하나의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과학이다'라는 세계를 이미 넘었습니다. 이제 세탁기는 역사이고, 냉장고는 가족이고, 정수기는 예술입니다. 인간의 감성을 툭 건드려 구매력을 상승시킵니다.
그러나 제품을 선택할 때는 기능과 효용성을 따져보고 꼭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영리함을 발휘해야 합니다. 바로 리터러시(literacy·읽고 쓰는 능력 또는 그것을 넘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역량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제대로 보는 능력, 리터러시 역량
'눈은 천문학의 천재이며, 인간이 창조하는 예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상의 감각기관이다.'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입니다.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인간은 외부 세계를 인지할 때 오감(五感) 중 70% 이상 시각에 의존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다빈치를 위대한 화가라고 칭송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의 작업과정은 지난한 실험과정이며 과학적 탐구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는 화가로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평생 인간과 자연을 끊임없이 탐구하였습니다. '알고자 함', 이것이 그의 무한한 창조성 발현의 발현된 바탕이 됩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루돌프 아른하임은 '본다는 것'과 '안다는 것'은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시각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은 인지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우 가치 있는 교육적 활동입니다. 최근 이공계열 대학에서 예술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본다는 것을 경계할 필요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착시'에 의한 시각적 오류는 우리가 그토록 의존하는 시각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증명해 줍니다.
오늘날 상품은 이미지로 소비됩니다. 상업주의와 결합한 수많은 볼거리가 넘쳐나고, 현기증 나는 영상들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제대로 보는 능력'일 것입니다. 바로 '리터러시 역량'입니다. 진짜와 가짜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자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판단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은 난무하는 매체들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알게 해 줄 것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은 어떻게 키워질까요?
◆ 독서는 질문하는 힘을 키운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인문(人文)을 강조하는 철학자 최진석 교수는 한국사회가 인문학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는 것에 비해 개인이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자신 고유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과 이론으로 채워진 모습으로 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이론이나 방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만을 따른다면 리터러시 역량은 키워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진 학문 체계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적 통찰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 바람, 삶의 목적을 찾는 것입니다. 깊은 독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미래를 선도할 사람은 '질문'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최진석 교수는 강조합니다.

여기에 끊임없이 질문하는 기자로 살아가고 있는 강양구 과학 전문기자의 '수상한 질문, 위험한 생각들'을 펼칩니다. 저자는 생물학 및 과학기술과 사회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과 밀접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들이 어떻게 엉겨 있는지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사회, 자연, 기술, 신체, 인간에 대한 다양한 물음을 엮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각 물음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답'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토론'으로 명명하고, 사고를 확장시키라고 주문합니다.
이제 아이들의 방학입니다. 나의 리터러시 역량을 키우고, 나만의 질문을 만들어 보시겠습니까? 그럼 이 여름을 독서의 계절로 만들어 푹 빠져보시길 권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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